1960년대 말, 한국에 "양지" 축구 팀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말로 하면 '국가 상비군 ' 성격의 축구 팀 이었습니다.
1966년 런던 월드 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보고 자극
받아, 한국 중앙 정보부 (지금 국정원)가 그 시절로 보아 파격적인 후원을
하며 만든 상설 축구 팀이었습니다.
감독은 왕년의 수퍼 스타 플레이어 최 정민 . 그리고
골 키퍼 이 세연을 비롯하여 김 정남, 김 호, 이 회택, 김 삼락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선수 들을 모아 하드 트레이닝 한 결과, 메르데카 컵 우승을 비롯하여,
당시 열악한 수준의 변방 아시아 축구이기는 하나,
당당한 지역 챔피언으로 폼을 잡았던 것 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양지"냐 ?
이것은 당시 중앙 정보부의 슬로건 "우리는 양지를 지향하며, 음지에서
일한다."에서 따 온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양지'란 햇볕 잘 드는 밝은 곳을, '음지'는 그림자 진 어두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말합니다.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나아가서는 팝송에 이르기까지 노래에는
대본(Libretto)을 쓴 사람, 그리고 작사자가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음악을 듣는 사람 들은 우선 그 음악에 심취하여, 그
쓰여진 배경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것이 대본이나 가사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주된 이유입니다.
즉 , 작곡자가 '양지'에 있다고 하면, 그를 필수적으로 '음지'에서 도운
사람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입니다.
물론 ,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작곡자입니다.
만드는 과정 중에 쓰인 포멧과 문장을 고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에서 대본을 쓴 사람이 만든
골격과 가사가 일부라도 남아있는 한, 그 분들은 그 음악을 듣는 여러분 들
에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모짤트의 오페라 Magic Flute은 Emmanuel Schikaneder 가,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코지 판 투테는 Lorenzo Da Ponte 가,
슈벨트의 로자문데는 Helmina von Chezy 가 대본을 썼습니다.
그런데, 오라토리오와 칸타타는 성경 안의 얘기라 성격이 다릅니다.
우선 , 역사적 사실은 성경에 따르나, 대본과 가사를 처음부터 대본 작가
가 쓴 경우입니다.
하이든의 천지 창조는 Gottfield von Swieten이,
베토벤의 감람산의 예수는 Franz Xaver Huber가,
존 세바스찬 바하의 마태 수난곡은 Picander가 썼습니다.
또 하나는 포멧은 만든 후, 본래 있는 성경 구절을 노래하기 쉽도록 문장을
약간 고쳐 쓴 가사가 있습니다.
헨델의 Messiah가 여기에 속합니다.
즉 , 전체를 3부( 탄생, 생애, 부활과 영생)로 나누고, 거기에 따라 53편의
성경 구절을 붙이고, 성경 구절 문장을 노래하기 쉽게 조금 고쳐 쓴 것
입니다.
이 메시아의 대본은 Charles Jennes(1700-1773)가 썼습니다.
그는 주로 King James판 영역 성경을 인용하였습니다.
생각컨데, 혹시 Jennes자신이 모든 가사를 '창작'하지 않았다고하여, 이를
"평가 절하" 한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합니다.
특히 그가 이 메시아 대본에서 직접 현실 묘사를 피하고, 구약의 예언 구절
들을 가사로 쓰며,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후일 이루어진 실제 역사와
연결하도록 한 발상은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저는 오늘, 오라토리오, 칸타타, 오페라 음악을 들을 때, Libretto(대본)를
쓴 여러분의 업적과 노고도 다 같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
Jan. 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