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3, 2019

"양지를 향하여"

1960년대  말,  한국에 "양지" 축구 팀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말로 하면  '국가  상비군 ' 성격의   축구  팀 이었습니다.
1966년  런던  월드 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보고  자극
받아,  한국  중앙 정보부 (지금 국정원)가  그 시절로  보아  파격적인  후원을
하며   만든  상설  축구 팀이었습니다.

감독은  왕년의  수퍼 스타 플레이어  최 정민 .        그리고
  골 키퍼  이 세연을  비롯하여 김 정남,  김 호,  이 회택, 김 삼락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선수 들을  모아 하드  트레이닝 한  결과,  메르데카 컵  우승을  비롯하여,
 당시 열악한 수준의  변방  아시아 축구이기는  하나,
 당당한  지역  챔피언으로  폼을  잡았던  것 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양지"냐 ?
이것은  당시  중앙  정보부의  슬로건 "우리는  양지를 지향하며, 음지에서
일한다."에서  따 온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양지'란  햇볕 잘 드는  밝은 곳을, '음지'는  그림자 진  어두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말합니다.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나아가서는  팝송에 이르기까지  노래에는
대본(Libretto)을  쓴  사람, 그리고  작사자가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음악을  듣는  사람 들은   우선  그 음악에 심취하여,  그
쓰여진  배경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것이 대본이나  가사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주된  이유입니다.
즉 ,  작곡자가  '양지'에  있다고 하면,   그를  필수적으로 '음지'에서  도운
 사람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입니다.

물론 ,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작곡자입니다.
만드는  과정 중에  쓰인  포멧과  문장을  고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에서   대본을  쓴  사람이 만든
골격과  가사가  일부라도  남아있는 한, 그 분들은 그 음악을 듣는 여러분 들
에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모짤트의  오페라 Magic Flute은  Emmanuel  Schikaneder 가,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코지 판 투테는  Lorenzo Da  Ponte 가,
슈벨트의  로자문데는 Helmina von Chezy 가 대본을  썼습니다.

그런데, 오라토리오와  칸타타는  성경 안의 얘기라  성격이  다릅니다.

우선 , 역사적 사실은  성경에 따르나,  대본과  가사를  처음부터 대본 작가
가 쓴 경우입니다.
하이든의  천지 창조는 Gottfield von Swieten이,
베토벤의 감람산의  예수는 Franz Xaver Huber가,
존 세바스찬 바하의  마태 수난곡은  Picander가  썼습니다.

또 하나는  포멧은  만든 후, 본래 있는  성경 구절을   노래하기 쉽도록  문장을
약간  고쳐 쓴  가사가 있습니다.
헨델의  Messiah가  여기에 속합니다.
즉 , 전체를  3부( 탄생,  생애,  부활과  영생)로  나누고, 거기에 따라 53편의
성경 구절을  붙이고,  성경  구절  문장을  노래하기 쉽게  조금   고쳐 쓴 것
입니다.
 이 메시아의 대본은    Charles Jennes(1700-1773)가 썼습니다.
그는  주로   King James판 영역  성경을  인용하였습니다.
 생각컨데,   혹시    Jennes자신이 모든  가사를  '창작'하지 않았다고하여,  이를
 "평가 절하" 한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합니다.
특히  그가 이 메시아 대본에서  직접 현실 묘사를  피하고, 구약의  예언 구절
들을  가사로 쓰며,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후일  이루어진  실제 역사와
연결하도록 한  발상은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저는  오늘,  오라토리오,  칸타타,  오페라 음악을  들을  때,  Libretto(대본)를
쓴  여러분의  업적과  노고도   다 같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


Jan.  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