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9, 2020

"달님은 영창으로" (Luna mit silbernem Schein gucket zum Fenster herein)

 내 나이 열 살이  채 못 되었을 때의 일이니, 육십 년도  더 지난  얘기 입니다.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님 께서  나물 무칠 시금치나, 콩 나물, 혹은  된장국에 넣을
솎은 배추를  다듬으시며, 조용히  나지막하게 부르시던  노래 중의  하나가
"잘 자라  우리 아가, 앞 뜰과  뒷 동산에 --" 였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노래는, 중학생이  되어  알고 보니  "모짤트의
자장가" 입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 뜰과  뒷 동산에,
     새 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 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피아노  악보를  보니,  조성은 D-Major   , 통상의 노래 들 처럼  멜로디를  반주가  
이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고,  반주는  오른 손  왼 손  다 같이 , 6/8의  여러  리듬에  따라
코드를  누르며, 멜로디와는  독립 적으로  코드 안에서  함께  진행하다가,
주제(theme)가 서로  이어지는 bridge 들 안에서는,    오른 손이  코드 안의  알페지오로,
혹은  대선률로, 때로는 D-Major    하향 스케일을  따라 미끌어지듯  내려오는 등등 아주
특이한  모양새 였습니다.
아무튼, 곡이  너무  "예쁘고",  두 절의 노랫 말이 너무 "아름다워" ,저에게 깊은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러다가,  고등 학교 시절  독일어를 배우게 되고, 다시 보니,
가사 원문은 Friedrich Wilhelm Gotter (1746- 1797)가 쓴  "Schlafe ,mein Prinzen,
Schlaf ein" 이라는  자장가 (Wiegenlied)이며, 세 절로  되어있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는 두 절 인데, 아마도  원문의 2,3 절 중에는  "자장가"로
부르기에 적당치 못한 부분이  있어, 그 2,3 절을  함께 섞어 한국어 가사  2절을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문  2 절 중, "오늘  성 안은  지하실,  부엌까지 모두  조용한데, 오직 하녀 방
에서 탄식하는  소리만  들린다.  왜  그럴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는 자장가 가사로는   "좀  그렇다."는  느낌이고,  한국어  가사는  이 부분을
"뒷  방에서 들려오는  재미난  이야기만  적막을  깨네"로   부드럽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어  원문  3절의 가사 "잘  자거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로   한국어 
 2 절을   마무리합니다.

1절 중  주목하는  단어는" Fenster"  입니다.
한국어로는 "영창"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본래 한국어 "영창"은  한국 집의  안방과  대청마루 사이의  미닫이에 나 있는 
조그만 "창문 "을  말합니다. 그런데 독일어  " Fenster "는  방에서 밖으로 나 있는 
유리창을  일컫습니다.
따라서 "영창"이  본래의 뜻과 다르다고 얘기할 지 모르나, 노래할 때  "창문"
이라고  발음하는 가사 보다, "영창"이라고  함이   훨씬  음악적으로 듣기에
울림이 좋습니다.
아마 이는 가사를  독일어 - 일본어 - 한국어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미루어 짐작합니다.

얘기가  잠간  옆 길로 가지만, 제가 좋아하는 우리  가곡, 나 운영 곡 "달밤" 에도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김 태오 시)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에게는  이  두 곡의 분위기와  배경이 너무  똑 같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이 곡은  WA Mozart의  "Wiegenlied . K# 350 "으로 알려져 왔으나,  다른  사람 작곡
이라는  주장이  나와,   미 확인 곡에  붙이는 "퀠 넘버"   AHN 284 F, Ahn C8.48 
등으로  불리우다가, 후일  Bernhard Flies, 혹은  Fridrich Fleishman의 작곡 임이 
인정  됩니다.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 들이   "모짤트의 자장가"로  기억하고,
아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 예쁜 노래", "아름다운  음악"을  좋아하는 것  뿐이니, 
하등    문제 될 이유가  없습니다.

이 곡의 주제(theme)는  독일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멜로디 이며,
조성은  D-Major  , 6/8,  형식은   A-B-A 가곡 형식입니다.
Recap.이  되고나서  바로 Coda 로  이행합니다.
특이한  반주의 패턴은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후주는 간단히 토닉 코드  8분 음표  셋(3) 입니다.

얼마전,  한국 신문 에서,  어떤 사람 들이  "달님은  영창으로" 를 문제 삼아 
 모 정치인을  법원에   고소한다는   보도에 접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모 정치인이 "달님은  영창으로"라고 쓴
현수막(프랑카트)을 길에  걸었는데,  이는 "문 대통령을  감옥으로"라는  뜻이라며
다른 정치인 그룹이 이사람을   "명예 훼손 죄"로 고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말을  알고 나니,  너무  황당하고,어이 없고, 나중에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바로 내가  아끼는  보물이  진흙탕 속에  쳐 박힌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한다는 그룹이나, 고소 당하는  사람이나,   왜,  하필이면
이 "모짤트  자장가"를  들먹입니까? 
그렇게 막 가도  됩니까?   생각이  그 수준  밖에 안됩니까?

모든  사람 들이, 귀한  보물을  알아 보고, 소중히  아끼며,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지나친  욕심인가요?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

Oct. 9.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