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제가 국민(초등)학교 2학년, 한국 전쟁은 휴전이 되었고, 그 로 부터 3-4년
동안은 피난갔던 사람 들이 전에 살던 곳으로 하나, 둘 씩 다시 돌아와 살기
시작 할 때 입니다.
그 시절 유일한 방송은 KBS 래디오 였고, 아침 일찍 듣던 성우 장민호 씨 낭독의
"삼국지", 저녁 시간 연속 방송극 조남사 작 "산 넘어 바다 건너", 임택근 아나운서
사회의 "노래 자랑" 프로 들이 인기를 끌던 바로 그 무렵입니다.
"명곡 감상"이라는 프로가 있었습니다. 짧은 시그날 뮤직 후, "명곡 감상 시간
입니다"하는 묵직한 바리톤 아나운서의 멘트가 있고, 주로 짧은 고전 음악 소품 들을
소개했었습니다.
그런데 잠간 나오다 끊기는 그 시그날 뮤직이, 듣기에 그렇게 "밝고"," 아담하고",
"우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곡이 오늘 말씀드리는 모짤트 교항곡 #39의
3악장 미뉴에토 입니다.
지금도 그 미뉴에토를 들으면 다 들 힘들게 살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모짤트 교향곡 #39는 1788년 여름, #40, #41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어 나왔고,
adagio-allegro, andante con moto , minuetto, allegro 의 4개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악장의 시작은 2/2, 느리게(adagio), 우선 25 소절의 긴 도입부(introduction)입니다.
1분에 8분음표 72 정도로 갑니다.
지휘자는 한 소절을, 1빗을 넷(4)으로 서브디바이드(subdivide)한, 두(2)빗으로
갑니다. 즉, 8번의 클릭인 셈이며, 이는 한 소절 당 펄스(pulse)가 둘(2)이니,
한 빗당 클릭이 넷(4)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다블 돗(double dot)이 붙은 4분음표, 16분 음표, 8분 쉼표 후의 연속된
32분 음표 들을, 2/2, 느린 템포 안에서 " 음악적으로 '명확히 표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알레그로 (exposition 제시부의 시작)는 3/4, 1분에 4분음표 108 정도
이며, 소절당 셋(3)으로 가더라도, 펄스는 하나(1)입니다.
이 1악장은 exposition- development- recapitulation이 명확한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가지, 얘기하고 지나갈 곳이 있습니다. 98-103소절과 255-260소절의 멜로디
입니다.
여기서 바이얼린 섹션의 멜로디에 취해 따라가다 보면, 리듬을 놓칩니다.
통상, 상식적으로, 여기서 8분 음표 4개 씩으로 멜로디의 유닛이 이루어 질 것
같은데, 모짤트는 6개 씩 슬러로 묶어 한 유닛을 이루게 하다가, 한번 더 반복
하고, 여섯 소절 후 , 다시 ' 상식적인 패시지'로 돌아 옵니다.
연주자 들은 악보를 따라가니 문제가 없지만, 청중은 혼란을 겪는 분 들이 꽤
있습니다.
베토벤의 ' Leonore 3' 서곡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옵니다. 훨씬 더 어렵고 길기는
하지만-.
이것은 무엇이냐, 저는 모짤트가 시도한 약간 특이한 파격을 통한 자극 내지
조크(joke)로 이해합니다.
2 악장은 (andante con moto)입니다. 1분에 8분음표 70 정도입니다.
한 빗을 둘(2)로 서브디바이드한 둘(2), 즉 네(4) 클릭으로 갑니다.
andante는 '느리게' 라는 이태리어 이며 , con은 'with', 그리고 moto는
'moving or motion'(빠르고, 생기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이 2악장은 " 느린데, 그 중 빠른 쪽으로 생기있게 하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곡을 들어보시면 의미를 금방 아십니다.
형식상 이 2악장은 전개부( development )가 없는 abridged sonata형식입니다.
즉, 처음 주제로 끝 까지, 중간에 비바람 치는 부분도 있으나 시종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히 가는 것입니다.
모짤트의 교향곡을 연주 할 때, 2악장 중의 반복하는 부분을 그냥 지나가는 곡도
꽤 있습니다. #40처럼, 너무 어둡고 느려서 반복하면 지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2악장은 , 짧은 반복 부분이기는 하나, 꼭 반복합니다.
그냥 지나기가 아깝고, 아쉬워서 입니다.
3악장 minuetto는 이 #39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 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워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중간 trio의 클라리넷 솔로가 그러합니다. 이 멜로디는 본래 오스트리아의
민속 댄스곡 "Landler(움라우트가 자판에 없어 미안!)" 에서 왔습니다.
비엔나의 Pub(맥주집)에 가면 흔히 듣는 합창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4악장은 allegro, 2/4, 1분에 4분 음표 120 정도로 갑니다.
가볍고, 밝고, 빠릅니다.
형식은 exposition, development, recap .은 다 있으나, coda가 없습니다.
저는 이 4 악장도 악보에 있는대로 반복을 택합니다. 빨리 끝나고 보면 아쉽고,
허전하고, 뭔가 덜 끝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연주가 끝나면 시원하고, 개운하고, 후련합니다.
전형적인 모짤트 명작 하나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May. 5. 2018.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