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 민족은 "흥"이 많아 평소 "가무 음곡"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상 무슨 모임에 가면, 막판 여흥 순서에 빠짐 없이 누구든지 노래 한 곡
씩 시키고, 모두 부르고 나야 직성이 풀려 제대로 끝나는 것 처럼 여겨
집니다.
처음 "18 번"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그럴 때
부르는 "애창곡"을 지칭하는 단어 였습니다.
알고 보니, 시작은 17 세기 일본의 '에도' 시대, '이찌가와 단주로' 라는
가부끼 배우가 그때 까지 전해지던 수 많은 '가부끼' 중에서 가장 인기 높은
걸작 18개를 모아, '가부끼 주 하찌(18) 반'으로 정리하였고,
이는 신 재효가 우리나라 판소리를 '12 마당'으로 정리한 역사와 비슷
합니다. 이 "18 번"의 의미는 시간이 가며 변하여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의 뜻이 되었다가, 몇 단계 더 거쳐 "개인 애창곡" 의 의미로 정착했다는
것이 정설 입니다.
아무튼, "나도 노래 할 때가 되어간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고1 쯤 되었을
때 입니다.
마침 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Jordani 작곡 이태리 가곡 "Caro mio ben"
(오, 내 사랑) 이 있어, 친구 들 생일 파티 같은 곳에서 지명 당하면
우선 못한다고 "빼다가", 가끔 이 노래를 하고 그 자리를 모면했
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그 자리에 맞지 않고, 분위기를 깰 염려가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무기"를 장착 할 필요를 심각하게 느끼게
되던 차, 학교에서 뒷 자리에 앉는 정일이가 심심하면 흥얼거리던
"I love Corrina."가 귀에 들어 왔습니다.
정일이는 후에 서울 법대에 진학, 산악반에 끼어 도봉산 인수봉에
갔다가 조난, 일찌기 세상을 떠난 참 아까운 친구 입니다.
"I love Corrina."는 당시 유행하던 팝송 가수 Rey Peterson이 부른
힛트 곡으로, 가사와 멜로디가 간단하고, 알페지오 반주도 맘에 드는
그런 곡 이었습니다.
특별히 익힐 것도 없이, 항상 듣던 대로 모아 부르니 그런 대로
쓸만 해서, 몇 번 해 보니 반응이 꽤 괜찮았습니다.
대학 시절 까지는 그 두개의 "18번" 레파트와를 번갈아 쓰며, 그런 대로
지냈는데, 결정적 전환점이 온 것이 군대에 입대하고서 입니다.
육군에 입대하고 보니, 훈련소에서 부터 "부대 회식"이 많은데,
이 자리에는 거의 '노래' 가 빠질 때가 없었고, 문제는 제가 그동안
"장착"하고 유용하게 써 온 " 카로 미오 벤"이나, "아이 러브 코리나"가
분위기 상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아무 쓸모가 없었다는 것 입니다.
즉 , 처음부터 끝 까지 일컬어 "뽕 짝"이 대세 였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골른 곡이 "울고 넘는 박달재" 입니다.
이 곡은 1948 년, 반야월 작사, 김 교성 작곡, 박 재홍씨가 노래한
대중 가요(" 뽕 짝")입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 로 시작하는, 두(2) 절로
된 노래 입니다.
다행히 데리고 있던 위생병 중 L군이 이 노래를 잘 불러, 쉽게
전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막판 가사 " 울었소 소리쳤소, 이가슴이 터지도록 -" 하는 대목
은 , 군대 안에서 지내던 내 마음을 절절히 울리던 바 있어,
그 때부터 "18 번"으로 정하고, 잘 부르고 지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노래하는 중 , 가사 둘쨋 줄 "물 항나 저고리가 -" 대신
2 절 가사 "돌아올 기약이야-."로, 셋째 줄 "왕거미 집을 짓는 -" 대신
"도토리 묵을 싸서-"로 바뀌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 지금까지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 그건 그때만 잘 넘어가면 되는 거
였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더해서 알게된 것은 , 박달재는 충북 제천 봉양읍과 백운면 사이
에 있으며, 지금은 국도 변에 "박달재 노래비" 도 서있고, 저 말고도
많은 애창자가 있는 것 입니다.
지금 까지 위의 세 곡을 "18 번"으로 "장착"하고, 가끔 써 가며,
몇 십년을 잘 지냈습니다.
마지막 가라오께와 함께 노래 한 것이 아마 15년 전 쯤 됩니다.
앞으로는 듣기가 위주가 되고, 위의 "18 번" 은 별로 쓰일 것 같지
않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
July. 31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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