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도록 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또 성가대 반주자, 지휘자로 일 하며, 듣고 연주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가 몇 곡을 들라고 하면, 단연코 그 중 한 곡은 해리 로우 쉘리(Harry Rowe Shelly: 1858 - 1947) 의 '내 목자는 사랑의 왕 '(The King of Love my Shepherd is. ) 입니다.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 자연스럽게 고조되다가 후련하게 마무리되는 끝 부분과 더불어,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시냇가 잔디에 앉아 , 푸른하늘 흰 구름을 바라보며 감사드리는 장면을 항상 떠올리게 해 줍니다.
시편 23편을 가사로 한 성가는 100여곡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전에 어느 한국 교회 성가대 지휘자 한 분이 논문을 쓰기 위해 , 각 교회에 설문지를 보내 , 가장 자주 연주했고, 반응이 좋았으며, 결과에 만족하는 성가를 물었더니, 쉘리의 '내 목자는 사랑의 왕'이 단연 '톱' 이었다는 얘기도 전해 옵니다.
쉘리는 미국 코네티컷 태생으로 예일 대 에서 공부한 올개니스트이며 작곡가입니다.
그는 올갠 주자로 뉴욕 맨하탄 침례교회와 부루클린 콩그리게이션 처치에서 30년 넘게 일 했고, 작품으로 바이얼린 협주곡, 올갠 음악들을 남겼습니다. 성가로는 "Hark !, Hark!, My Soul." , " 내 목자는 사랑의 왕" 등이 남아 있습니다.
곡은 D -flat Major, 4/4 , 걷듯이(andante), 1분에 4분음표 72 정도이며, 두 절로 되어있습니다.
전주는 일곱소절 피아노인데, 4분음표와 온음표의 진행이 단조한 듯 하나, 그 노트의 음가(value of notes)가 다 다르며, 3-5-8 소절 섬세하고 감정적인 크레센도 -메조 폴테 - 디크레센도에 이어 , 9소절 업빗에서 메조 피아노로 노래가 시작됩니다.
악보에는 알토 솔로로 되어 있으나, 해본 결과 , 여성 유니손이 여러모로 보다 효과적이고 인상적입니다.
합창은 첫 노트 아우프탁트(auftakt)와, 부점 붙은 4분음표, 8분음표, 16분음표 들의 길이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이 부분의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은 곡 전체 멜로디의 특징과 성격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내 목-자는 사랑-의 왕 , / 선 하-고 미쁘시네"중 , 다운 빗에 걸려있는 '목', '왕', '하', '시'등의 액센트는 물론, '는 ', '랑', '(하)-아(고)'에 약간의 액센트, 그리고 부점 노트인 '랑-의(왕)', '하-고', '미-쁘'등은 자연스러운 중 명확해야 합니다.
다시 얘기해서 , 한국어의 얘기하는 억양은 잊어버리고 , 여기서는 '노래'를 해야 한다는 뜻 입니다.
다음 패시지도 16소절 업빗까지 같은 프레이징 입니다. 특별히 11소절 크레센도 - 디크레센도는 약간의 루바토를 동반합니다.
16소절 , 3부 합창 시작의 다이나믹은 피아노입니다. 이는 9소절 맨 처음 여성 유니손의 다이나믹보다 , 노래 부르는 사람의 숫자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더 작습니다. 주의를 요 합니다. 이는 앞으로 25소절의 메조 폴테, 그리고 갈수록 크고 강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다이나믹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더 작게 시작하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3부 합창으로 가며, 프레이징은 이전 패시지와 비슷하다가 , 25소절 소프라노 - 베이스의 2부 합창이 되면서 다이나믹은 메조 폴테로 변합니다. 이는 먼저 말씀드린 다이나믹이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인데, 25소절 부분은 메조 피아노에서 메조 폴테로 두단계 건너뛰는 , 표정이 확실히 변하는 곳입니다. (여기도 듀엣 보다는 합창 두파트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유의할 것은 다이나믹이 두 단계 변할 때 어떻게 매끄럽게 가느냐? 하는 것 입니다. 가사 '어(리석)'가 아우프탁트에 걸려있고, 이 패시지를 시작하는 소프라노 - 베이스 보이스의 ' 톤'을 최대한 소프트하게 조정 함으로(볼륨이 작아진다는 뜻이 아님), 이는 가능 합니다.
2부 합창이 점점 커지고 강력해 지며 , 32소절 폴테 , 4부 합창이 되면서 38소절까지가 1절의 크라이막스이며, 그중 37 -38소절이 가장 크고 힘이있습니다.
이어서, 39소절에서 디크레센도 후, 41소절로 1절이 끝나고 , 피아노로 시작하는 네 소절 간주가 있고, 2절로 이어집니다.
2절은 남성 유니손으로 시작합니다. 다이나믹은 , "죽음 골짝 두렵잖네"하는 가사를 보더라도, 절제된 남성 보이스의 힘이 느껴지는 미디움이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3부 합창은 1절과 마찬가지로 피아노로 시작하며 , 74소절 코다에 이르기 까지 프레이징은 1절과 같습니다.
74 -78소절은 이 곡의 크라이막스로 매우 힘차고 강력한 부분이며 ,루바토- 매 노트 마르카토 - 스폴잔도가 총 동원되고, 특히 78소절 의 두 4분음표( "겠네" )는 곡중 가장 강조되는 두 노트입니다. 이어서 두박자 쉬고 내 뿜는듯한 폴테시시모 "아멘-"으로 , 갑자기 잘리듯(cut- off) 노래는 끝나고 , 폴테시모 반주가 이어받아 잠시 악체레란도로 빨라지듯 하다가, 마지막 세 노트를 "쾅", "쾅-","쾅- -" 여유있게 느리며 곡을 마무리 합니다.
연주상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 까지 노래가 유려하고 , 아름답게, "흘러야" 합니다. 즉, ' 갑자기' (sudden change)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어 가사가 리듬이나 프레이징에 걸려 매끄럽지 못하면 , 가사를 바꾸든지 한국식 억양을 포기하고 음악성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는 번역된 가사가 가지는 공통된 문제입니다.
16, 54 소절 다이나믹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46소절 업빗 남성 유니손 보이스의 ' 톤' 과 '칼러'에 대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다이나믹은 크지않으나 '남성 보이스 특유의 힘'이 느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다에서 끝 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강한 집중력이 필수적이며, 어택(attack)하고 끊는 포인트가 일치해야 합니다. 연습 , 또 연습입니다.
항상 이 곡을 들을 때, 또 연주할때 마다 감탄 하는 것은 , 사람의 감정을 밑 바닥 부터 폭발점 까지 , 어떻게 이토록 자연스럽게 끌어 갈 수있나 하는 것입니다. 작곡자의 천재성 만은 아닐 것입니다.
연주 하면 할 수록,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성가입니다.
May.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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