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4월, 군 제대를 두 달 앞두고, 속초에서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분이 있어 그 자리를 메꾸게 되었습니다. 7월 1일 부터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일을 시작해야 했으므로, 외무부로, 미 대사관으로, 보사부로, 병무청으로,
해외 개발 공사로 쳇 바퀴 돌듯 일 처리하러 바쁘게 돌아가던 때라,
도저히 안 될 일 이었으나, 그 자리가 "사건"과 "사고"가 많아, 그냥 비워
놓을 수 없는 곳 임을 잘 아는지라 그곳에 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로 어느 때는 일 주일에 두 번 씩 속초와 서울을 오가며
지내다 보니, 심신은 피곤하고, 당연히 짜증이 났습니다.
한 일요일 아침, 마침 그 날은 모처럼 일이 없어, 중앙 시장 통의 K식당
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K 다방에 들러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들어가니, 이른 시간에 손님은 저 하난데, 카운터 옆에 놓인 "Haydn Cello
Concerto #2" LP 레코드 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솔로이스트는 '앙드레 나바라'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가운 김에, 주인 아주머니 께 "저 레코드 좀 걸어 주십사" 부탁하고,
느긋하게 반가운 멜로디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중, 왁자 지껄하며
너 댓 명의 중년 남자 들이 들어 왔습니다.
가슴 울리는 2악장이 한창 진행 중 , 한 쪽에서 주인 아주머니와 실갱이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침 부터 무슨 맥 빠진 음악이냐,
좀 신나는 '뽕 짝'을 틀어라.", " 손님이 청하신 건데, 한 5분 후면 끝나니
그렇게 하지요.", "아니, 지금 당장 판 바꾸쇼.". 주인 아주머니가 거의
울상이 되어 내 자리로 왔습니다. 협주곡은 2악장의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아주머니, 괜 찮으니, 판 바꾸세요.", 말씀 드리고 났더니, 뒷 맛이 씁쓸
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른 사람' 들이 많구나" , 다시 한번 깨닫고, " 참, 저 사람
도 한 표, 나도 한 표 지" ,생각하니, 허탈한 쓴 웃음만 나왔습니다.
Joseph Haydn(1732 - 1809)은 어릴 적 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음악 교육을
받았고, 그가 10 대 후반에 음악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바로크 시대의 끝
무렵입니다. 그는 바로크 시대를 잇는 고전 음악파의 선두 주자로,
음악의 형식, 즉 피아노 트리오, 현악 사중주 같은 실내악 곡의 형식을
확립하고, 100곡 이상의 교향곡을 씁니다.
예를 들어 , 오늘 날의 심포니에 비하면, 매우 짧고 단순하지만,
교향곡의 네(4) 악장, 빠르고 느리고 빠른 악장들의 배열 순서, 세(3) 악장
의 콘첼토 형식의 정착은 그의 업적으로 여겨집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오늘 날 흔히 듣는 영국 국가 " God save the Queen" ,
독일 국가 Deutschlandlied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도 있습니다.
이 Cello concerto #2 D- Major는 1783년 , 친구인 cellist Anton Kraft 를
위해 썼습니다..
한 때, 악보의 원본에 그의 사인이 없다고 하여, 논난이 된 적도 있는데,
1951년 완전한 원본이 발견된 후, 이는 조용해 졌습니다.
사실 어떤 때는 그 곡이 좋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이 첼로 협주곡 #2는 곡 중의 패시지를 연주하는데, 굉장히 세련된
테크닉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고, 고음이 많고, 보통으로 옥타브를
건너뛰며, 특히 3악장 중에는 빠른 ' double stops' 패시지 (두 음을
한꺼번에 짚고 켜는 패시지) 들이 있어 첼로 독주자 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곡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아름다움'을 즐기고, 감동하게
되는 것 입니다.
곡은 Allegro molto, Adagio , Rondo allegro의 세(3) 악장으로 되어 있습
니다.
1악장 Allegro molto, D- Major,4/4, 1분에 8분 음표 112 정도로 갑니다.
지휘자는 소절당 네(4) 빗으로 가나, 기분은 한(1)빗을 둘로 서브
디바이드 한 것 같으며, 그렇게 보면 , 여덟(8) 클릭이 됩니다.
악보에는 cello solo가 쉬는 부분에서는 반주하는 비올라와 같이 가기도
하고,첼로 반주와 같이 가도록 써 있기도 한데, 이는 그시절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숫자가 열 댓 사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됩니다. 워밍 업 겸,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돕는 것 입니다.
전주가 끝나고 29 소절 첼로 솔로가 시작됩니다.
곡은 소나타 형식으로 제시, 전개, 재현을 거쳐 167 소절 카덴짜,
182 소절 카덴짜를 거쳐, 189 소절 끝납니다.
가볍고, 밝습니다. 개운합니다.
2악장은 Adagio, A -Major, 2/4, 1분에 8분 음표 60 정도 입니다.
지휘자는 한 소절을 서브 디바이드한 두(2) 빗으로 , 즉 네(4) 클릭으로
처음부터 솔로와 같이 갑니다.
molto espressivo. 눈물 나는 곡 입니다.
3악장은 Allegro , D- Major로 다시 돌아왔고, 6/8, 1분에 부점 붙은
4분 음표 88 정도입니다.
지휘자는 한 소절 두(2)빗으로 갑니다.
빠르고 경쾌하나, 솔로에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된다는 말씀은
앞서 드렸습니다. 중간에 조성도 바뀌고 (111, 173소절), 페르마타,
리타르단도, 루바토도 자주 나오는데, 그 대목 마다 어떻게 같이
느려지고, 끌고, 표현을 같이 할 것인가에 대한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확실한 약속 들이 필요합니다.
협주곡의 총 연주 시간은 24 -25분 가량 입니다.
"음악은 그냥 느끼고 들었으면 됐지, 왜 이론을 알아야 합니까?"
묻는 분 들이 계십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저의 음악 학교 시절 교수님의 간단한 한 말씀
으로 대신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만 할 수 있다".
사족이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에 이 말씀을 대입한다면,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만 , 음악을 '느끼고' , '감동 받을 수 있다'."
입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기 바라며 -.
Aug . 14.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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