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4, 2011

나운영( La, woon young)과 '시편 23편 (psalm 23)'에 대한 소고.

120 여년 전  기독교가  한국에  전해진  이래,  '기독교의  한국화  및  토착화'는  그 개념의  정립과 실천 방법에  있어서   아직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인  명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교회 음악에  있어서도   우리 음악인  국악과   전통  기독교  음악인  서양  음악의  접목 내지 공존,   대체가    항상  논난이 되고 , 또 시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만 하여도 , 한국의 서양음악 수준은   높지  않았고,  국악  역시  기본적인  이론 체계는  물론  기보법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더구나  전쟁은 이  명제의  논의에  대한    모든  여유와  의지를  앗아갔던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서양음악을  공부한  몇 분이 ,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 , 서양음악의  기보법을   사용하여 ,  전해오는  우리 음악의 채보부터  시작하였고,   나름대로  국악과 양악의  근본적인  차이부터  명확히  거론하는  이론을  정립  하고 ,   서양음악의  틀(system)을  빌려  한국 성가의  작곡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선구적인  그분들  중  한분이신   나 운영 (1922-19 93)선생의  1953년 곡, '시편  23편'을  소개함으로써,국악  성가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저  합니다.

지금도   국악  성가 작곡이,   또  그   쓰임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곡은  악보만 보면  F-Major,  3/4,  걷듯이( andante) ,  전 39소절로  되어 있습니다.
전주는 네 소절입니다.   메조  폴테로  시작하여 , 2소절에서  변 박자,  3소절에서  3/4으로  돌아가   디크레센도, 피아노가 되고,  이어 노래가  시작되는   5소절 ,첫  노트  메조폴테, 두째 노트 메조 피아노---.     여기까지 오면   보통수준의 연주자라도  "어?  뭐가  이상하다?"를  느낍니다.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커녕, 사방에  걸려  부딛치기 때문입니다.

우선  5소절의    첫 8분음표 3연음부를 첫 노트 폴테,  두째노트  피아노로 부르는 것 부터  통상의  방법으로는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6분음표 두개를  업빗(auftakt)으로  보는것도 이상합니다.
이 부분을    국악의  '세마치 장단'으로  가 봅니다.    신기하게도   매끄럽게   진행 할  뿐 아니라 , 리듬과  가사,  감정이  살아  움직입니다.    왜?  이곡은  국악 곡입니다.  기보법만  빌렸을  뿐인  것입니다.

'세마치 장단'은   "뚱따당/ 뚱땅 / 뚱땅"하는  국악의  흔한  장단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도라지'(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가  모두  이 장단입니다.

자, 그러면  노래를  '세마치 장단'으로 해 보십시다.
"여/호와느-ㄴ/ 나의// 모/옥자 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이로 다-"가 됩니다.    ( /는 숨을  끊는 곳이며  //는  소절이  끝나는 곳을  편의상  그렇게  썼슴니다.)   즉,  '여'와 '호'는  거의 틈이없이  다른 숨으로  어택(attack)하는데, 폴테  다음에  슬쩍  따라붙는 메조 피아노 노트이니  쉽게  됩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돌아가, 전주 네 소절 부터   다시 가  보십니다.
2소절의 변박자는   첫 소절  세마치에 이어  , 끄는  애드립으로  생각되나,  뒤에 나올 '타령'장단의  맛을  보인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 3소절 부터 다시  세마치로  돌아갑니다.

또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일컬어  '물구나무  진행' (홍정수 교수가  호칭)을 합니다.  코드의 기음이 맨 위음이  되어  아래로   쌓아 갑니다.  특이합니다.

9소절을  보면  4/4로  변 박자를  합니다.   이는 '타령' 장단(뚱땅 뚱따-)으로  바뀐 것이라고 여겨지며,    다음소절  다시  세마치로  돌아갑니다.

12소절은  쭉-  뽑다가 이어지는    8분음표 네개- 부점붙은 8분음표 - 16분음표인데, 이 다섯번째  노트에   액센트가  주어진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중몰이  장단의 9번째 빗이다", "페이딩 아웃하는  애드립이다." 등등 논난이 있으나,   확실한것은  ,솔직히  말씀드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 여섯 노트는  e- flat 스케일로  내려오는   계면조 음계의 "라-솔-미-레-도---라"입니다.

22소절부터  네 소절이  이곡의 크라이막스 입니다.  "진실로  선함과  인자 하심이--"하는  대목입니다.   맺힌  한을  호소하듯,  온 힘을  다 해  절규하며 , 기도하듯  노래하는  것입니다.   후회없는  감정의 표현이  요구됩니다.

22,23,25 소절은  타령 장단이거나,  아니면 세마치 장단이  한소절 안에  두번  반복된것  같으나, 반주는 폴테-트레몰로만  되어있어,   만약에  타악기가  합류 했을 때에는  연주자나  지휘자의 선택이  되겠습니다.

26,28 소절도  타령 장단으로  느껴지나,  30 소절은  세마치 장단에  이어,  다음 소절의  새  패시지를  위해,   4분 쉼표  하나를  쓰지  않았나  생각 됩니다.
그리고  ,다시  세마치 장단이 계속되다가,   36 소절에서 22소절로  돌아가서  반복후, 37소절  코다로  나와   타령장단과   피아노,  피아니시모 코드  세 소절의  긴 "아멘" 으로  끝을  맺슴니다.

이 박자의 변동은  모두  우리 말  가사에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이 곡은  '국악장단'의 곡입니다.   해보시면  압니다.  신기합니다.

'성가의  국악화'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쌓여있고,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 기본 문제는   성가의   '경건성'을  어떻게  나타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1950년 대 와는  한참  다릅니다.   국악 성가에  대한  이해도   많아졌고,   어느만큼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지켜보고,  기다려 보십시다.



                                    Apr.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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