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여년 전 기독교가 한국에 전해진 이래, '기독교의 한국화 및 토착화'는 그 개념의 정립과 실천 방법에 있어서 아직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인 명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교회 음악에 있어서도 우리 음악인 국악과 전통 기독교 음악인 서양 음악의 접목 내지 공존, 대체가 항상 논난이 되고 , 또 시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만 하여도 , 한국의 서양음악 수준은 높지 않았고, 국악 역시 기본적인 이론 체계는 물론 기보법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더구나 전쟁은 이 명제의 논의에 대한 모든 여유와 의지를 앗아갔던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서양음악을 공부한 몇 분이 ,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 , 서양음악의 기보법을 사용하여 , 전해오는 우리 음악의 채보부터 시작하였고, 나름대로 국악과 양악의 근본적인 차이부터 명확히 거론하는 이론을 정립 하고 , 서양음악의 틀(system)을 빌려 한국 성가의 작곡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선구적인 그분들 중 한분이신 나 운영 (1922-19 93)선생의 1953년 곡, '시편 23편'을 소개함으로써,국악 성가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저 합니다.
지금도 국악 성가 작곡이, 또 그 쓰임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곡은 악보만 보면 F-Major, 3/4, 걷듯이( andante) , 전 39소절로 되어 있습니다.
전주는 네 소절입니다. 메조 폴테로 시작하여 , 2소절에서 변 박자, 3소절에서 3/4으로 돌아가 디크레센도, 피아노가 되고, 이어 노래가 시작되는 5소절 ,첫 노트 메조폴테, 두째 노트 메조 피아노---. 여기까지 오면 보통수준의 연주자라도 "어? 뭐가 이상하다?"를 느낍니다.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커녕, 사방에 걸려 부딛치기 때문입니다.
우선 5소절의 첫 8분음표 3연음부를 첫 노트 폴테, 두째노트 피아노로 부르는 것 부터 통상의 방법으로는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6분음표 두개를 업빗(auftakt)으로 보는것도 이상합니다.
이 부분을 국악의 '세마치 장단'으로 가 봅니다. 신기하게도 매끄럽게 진행 할 뿐 아니라 , 리듬과 가사, 감정이 살아 움직입니다. 왜? 이곡은 국악 곡입니다. 기보법만 빌렸을 뿐인 것입니다.
'세마치 장단'은 "뚱따당/ 뚱땅 / 뚱땅"하는 국악의 흔한 장단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도라지'(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가 모두 이 장단입니다.
자, 그러면 노래를 '세마치 장단'으로 해 보십시다.
"여/호와느-ㄴ/ 나의// 모/옥자 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이로 다-"가 됩니다. ( /는 숨을 끊는 곳이며 //는 소절이 끝나는 곳을 편의상 그렇게 썼슴니다.) 즉, '여'와 '호'는 거의 틈이없이 다른 숨으로 어택(attack)하는데, 폴테 다음에 슬쩍 따라붙는 메조 피아노 노트이니 쉽게 됩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돌아가, 전주 네 소절 부터 다시 가 보십니다.
2소절의 변박자는 첫 소절 세마치에 이어 , 끄는 애드립으로 생각되나, 뒤에 나올 '타령'장단의 맛을 보인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 3소절 부터 다시 세마치로 돌아갑니다.
또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일컬어 '물구나무 진행' (홍정수 교수가 호칭)을 합니다. 코드의 기음이 맨 위음이 되어 아래로 쌓아 갑니다. 특이합니다.
9소절을 보면 4/4로 변 박자를 합니다. 이는 '타령' 장단(뚱땅 뚱따-)으로 바뀐 것이라고 여겨지며, 다음소절 다시 세마치로 돌아갑니다.
12소절은 쭉- 뽑다가 이어지는 8분음표 네개- 부점붙은 8분음표 - 16분음표인데, 이 다섯번째 노트에 액센트가 주어진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중몰이 장단의 9번째 빗이다", "페이딩 아웃하는 애드립이다." 등등 논난이 있으나, 확실한것은 ,솔직히 말씀드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 여섯 노트는 e- flat 스케일로 내려오는 계면조 음계의 "라-솔-미-레-도---라"입니다.
22소절부터 네 소절이 이곡의 크라이막스 입니다. "진실로 선함과 인자 하심이--"하는 대목입니다. 맺힌 한을 호소하듯, 온 힘을 다 해 절규하며 , 기도하듯 노래하는 것입니다. 후회없는 감정의 표현이 요구됩니다.
22,23,25 소절은 타령 장단이거나, 아니면 세마치 장단이 한소절 안에 두번 반복된것 같으나, 반주는 폴테-트레몰로만 되어있어, 만약에 타악기가 합류 했을 때에는 연주자나 지휘자의 선택이 되겠습니다.
26,28 소절도 타령 장단으로 느껴지나, 30 소절은 세마치 장단에 이어, 다음 소절의 새 패시지를 위해, 4분 쉼표 하나를 쓰지 않았나 생각 됩니다.
그리고 ,다시 세마치 장단이 계속되다가, 36 소절에서 22소절로 돌아가서 반복후, 37소절 코다로 나와 타령장단과 피아노, 피아니시모 코드 세 소절의 긴 "아멘" 으로 끝을 맺슴니다.
이 박자의 변동은 모두 우리 말 가사에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이 곡은 '국악장단'의 곡입니다. 해보시면 압니다. 신기합니다.
'성가의 국악화'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쌓여있고,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 기본 문제는 성가의 '경건성'을 어떻게 나타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1950년 대 와는 한참 다릅니다. 국악 성가에 대한 이해도 많아졌고, 어느만큼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지켜보고, 기다려 보십시다.
Apr.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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