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5, 2011

마감하는 자세

20여년  전  일이다.    남미  모 나라에서  성직자  한 분이  소개되어  오셨다.  전립선  암 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는데,  미국에서  다시  검사해  보시겠다 했다.   비뇨기과  의사분과  함께 검사를  시작해  보니, 암은  전립선 만이  아니고   거의  온 몸의  뼈에  전이가  되어  아음 단계의  치료가  시급한 지경이었다.    사실 대로  말씀드리니  이 분은  대단히  실망하고  노해서  그 때 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었다.    " 왜  나같이  총실한  신의 종을?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인  아웃'(의사의 권고에  반대하여 , 환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퇴원하는것)  하셨고  , 그 와중에서  불신 (?)을  받은  필자도  좋은  기분이  아니어서   서로  서먹하게 헤어지고 말았다.   두 달 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저 세상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소개했던 분으로 부터  들었다.
대학 선배  한 분이 계셨다.  직장암의  진단을  받고 ,  더 알아보니  간, 위 까지  퍼져있었다.  이 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열렬한  종교인이  되셨고,  석 달 후  결국  유명을  달리하셨다.
한  장로님  부인이  계셨다. 우연히  간 암이  장 까지  퍼져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자  이분은  모든  치료를  마다하고    '식이요법'과   '신앙'으로   고치겠다며  기도원에  들어 가셨다.  한 달 후  부음을  들었다.

필자는  직업상  많은  분 들의  인생 마감을  지켜보게 된다.    의학은  지난  10, 2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보여 엣날에  생각만 하던  장기 이식도  잘 하고,  항암제,  기타 약품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명도  연장시키며  ,  살믜 질도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위의  예들과 같이   아직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사방에  쌓여있다.

인생을  마감하는  자세는  각각 다른  얼굴을  가진 만큼이나   다양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 만약  내가 이런일을  당한다면   과연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를  종종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당해봐야  알 일이니  , 다음은  단순히  지금  필자의  '희망사항' 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첫째,  밝혀진  사실은  의연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피할 수 없으면   당당히  맞서는 것이  순리일 것이며,  주위 사람들도  안도 할것이다.

둘째로,  그 때까지  내가  가졌던  생각이나  믿음을  바꾸지  않기  바란다.      필자는  영원한  내세가 있음을  믿는다.  그러할진데,  죽음을  맞는  순간은    어릴  때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 맞기를  기다리던 그  순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믿고있다.   따라서  생각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없으리라.
더불어  개인적  의견이지만   CPR (삼폐 소생술)은  사양하려고 한다.

세번째는,  침착하게  그동안  하던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물론  신체 조건에  따라 , 일의 성격이나  양은  조절되어야  하겠지만 , 되도록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 했으면 한다.

넷째로, 벌여 놓은  일들은  교통 정리하여  단순화 시키고,  그일을  맡아 할  다음 사람들에게  혼동이 없도록   명확한 한계를  그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이  감성 보다  항상  앞서야  할텐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다섯째, 아는 사람들과  작별하는  절차는  끝까지  없는것이 좋겠다.     항상  끝울 의식하지 않고    어제의  연장인  오늘, 오늘의  연장인  내일을   살아야 할  테니까-.

그런데  예고없이  그  순간을  맞게 된다면?
하하-,   거기에 대해서는   천천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

2 comments:

  1. 좋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마감하는 자세에 있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제 경우 미리 아내와 자녀들에게 인사를 녹화해 놓는 걸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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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ld man 님,

    여기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주 오셔서 말씀도 남겨주시고, 지혜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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