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일이다. 남미 모 나라에서 성직자 한 분이 소개되어 오셨다. 전립선 암 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는데, 미국에서 다시 검사해 보시겠다 했다. 비뇨기과 의사분과 함께 검사를 시작해 보니, 암은 전립선 만이 아니고 거의 온 몸의 뼈에 전이가 되어 아음 단계의 치료가 시급한 지경이었다. 사실 대로 말씀드리니 이 분은 대단히 실망하고 노해서 그 때 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었다. " 왜 나같이 총실한 신의 종을?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인 아웃'(의사의 권고에 반대하여 , 환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퇴원하는것) 하셨고 , 그 와중에서 불신 (?)을 받은 필자도 좋은 기분이 아니어서 서로 서먹하게 헤어지고 말았다. 두 달 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저 세상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소개했던 분으로 부터 들었다.
대학 선배 한 분이 계셨다. 직장암의 진단을 받고 , 더 알아보니 간, 위 까지 퍼져있었다. 이 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열렬한 종교인이 되셨고, 석 달 후 결국 유명을 달리하셨다.
한 장로님 부인이 계셨다. 우연히 간 암이 장 까지 퍼져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자 이분은 모든 치료를 마다하고 '식이요법'과 '신앙'으로 고치겠다며 기도원에 들어 가셨다. 한 달 후 부음을 들었다.
필자는 직업상 많은 분 들의 인생 마감을 지켜보게 된다. 의학은 지난 10, 2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보여 엣날에 생각만 하던 장기 이식도 잘 하고, 항암제, 기타 약품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명도 연장시키며 , 살믜 질도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위의 예들과 같이 아직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사방에 쌓여있다.
인생을 마감하는 자세는 각각 다른 얼굴을 가진 만큼이나 다양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 만약 내가 이런일을 당한다면 과연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를 종종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당해봐야 알 일이니 , 다음은 단순히 지금 필자의 '희망사항' 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첫째, 밝혀진 사실은 의연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피할 수 없으면 당당히 맞서는 것이 순리일 것이며, 주위 사람들도 안도 할것이다.
둘째로, 그 때까지 내가 가졌던 생각이나 믿음을 바꾸지 않기 바란다. 필자는 영원한 내세가 있음을 믿는다. 그러할진데, 죽음을 맞는 순간은 어릴 때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 맞기를 기다리던 그 순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믿고있다. 따라서 생각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없으리라.
더불어 개인적 의견이지만 CPR (삼폐 소생술)은 사양하려고 한다.
세번째는, 침착하게 그동안 하던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물론 신체 조건에 따라 , 일의 성격이나 양은 조절되어야 하겠지만 , 되도록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 했으면 한다.
넷째로, 벌여 놓은 일들은 교통 정리하여 단순화 시키고, 그일을 맡아 할 다음 사람들에게 혼동이 없도록 명확한 한계를 그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이 감성 보다 항상 앞서야 할텐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다섯째, 아는 사람들과 작별하는 절차는 끝까지 없는것이 좋겠다. 항상 끝울 의식하지 않고 어제의 연장인 오늘, 오늘의 연장인 내일을 살아야 할 테니까-.
그런데 예고없이 그 순간을 맞게 된다면?
하하-, 거기에 대해서는 천천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
좋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마감하는 자세에 있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제 경우 미리 아내와 자녀들에게 인사를 녹화해 놓는 걸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ReplyDelete반갑습니다. ^^
Old man 님,
ReplyDelete여기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주 오셔서 말씀도 남겨주시고, 지혜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