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4, 2011

기도 (Prayer)

필자가  국민학교  5학년,  열두살  때 쯤이라고  기억한다.  한  수요일  저녁 , 어머니  할머니를  따라  저녁 예배에  가게되었다.   그날  저녁은  특별히  담임 목사님의  장성한  아드님이  뇌막염인가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아주  상태가  위중하여   특별히  교우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임을  겸 한다고  했다.      그 당시  열 두살  박이 치고는  덩치가  제법  컸던  내가  보디가드  격으로  따라간  셈이었을  것이다.
예배가  끝 나고  기도가  시작되었는데    그 때까지  교회는  왜  가는지 ,   기도는  왜  하는지도  잘  모르던  나는   여러분이  하시던  기도를  꼼짝없이  앉아  듣게  되었다.
한분  한분  순서에  따라 드리던  기도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  하느님께서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셔서   꼭  낫도록  해  주십사는것 ,   총실한  하나님의  종을  생각해  주신다면   그  아들이  고통을  당하고  ,  나아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됨은   말도  안된다는  요지의  소박한  것이었다.        안된  얘기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졸음이  절로  왔다.
그런데  장로님  한  분의  차례가  되었다.         이분의  기도는  전혀  달랐다.
"우리는  아파  누운  아무개  군을  정말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 입니다.     아무개  군의  생명이   위험한  중태에  빠져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우리의  뜻을  모아  하나님께  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하늘의  뜻이  어디있는지,   하나님께서  무엇을  예정하시는지   전혀  모릅니다.      뜻 대로  하시옵소서.      그러나  우리의  인간적인  염원을  들어주실  여지가  있으시면   하나님  뜻  안에서   들어주시기  원합니다."  하는  요지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정신이   버쩍  들었고   가슴이  서늘  해지며,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했다.

후에  내과의사가  되고 나서도   종종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존경받던  성직자  한 분이 간 경화와  간암,  거기에다  당뇨병이  합병증  까지  겹치게  되어  병세가  점점  위중 해  졌다.    병이  깊어 질 수록    기대했던  의연한  신앙인의  모습 보다는   생명에  더욱  집착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그 때 마다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장로님의  기도가    자꾸  생각나는  것이었다.

한  30대  후반의  젊은 분이   드물게    위암을  진단 받고  입원하여   위  절제를   권고 받았다.
환자  자신은  수술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부인께서   안된다고  강력히  반대하며  기도함으로  낫겠으니   기도원에  가겠다고  주장했다.
설득하다가  지친  외과의사  L 박사가  한마디  했다.   "의사도  병원도  모두  하나님이  지으시고  민드신 것입니다.  제가  여기 와서  부인께  말씀  드리는  이 일도   하나님의  뜻 중  하나일수  있다고   왜  생각  못 하시나요?"   그 환자분은  결국  수술했고,  기도원에  갔고,    한동안  잘 지내다가  저 세상에 가셨다.

60대  후반의   남자분께서  뇌  경색으로  입원하셨다.    부인과  딸  들은  독실한  기독교인 이었으나,   이분 만은  교회와  거리를  두고  실았다.  상태가  많이  안정되고  호전된  어느날,   회진중   이 분께서  한마디  하셨다.          "최선생,  지금까지는  몰랐었는데    기도하고   모든것을  하늘에   맡기고 나니  참  이렇게  마음이  편합니다.     이 병이  암만  제가  피하려고  용을  써도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는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는  병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하늘  뜻에  맡긴다고  계속  기도해야겠어요."         그후  한동안  잘  지내시다가    다른  큰  뇌경색이 와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기도하는  올바른 자세 -,   그것이  기독교인이건,   불교도이건.   힌두교도이건  , 이슬람이건 간에 ,-  는  무엇일까?
나는 항상  하늘의  뜻에  따른다고  하면서,  내 욕심을   신앙의   이름으로  호도하고,  억지를  쓰는것은  아닌가 ?
나에게  세상에  드문  기적을  주십사고   열심히  기도함은,    인간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연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욕심없는,   마음이  가난한 ,  복받은  자의  기도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


                             칼럼집  "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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