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8, 2011

자기가 의사이면서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희극 " The  Doctor in  spite  of   himself" (번역하면,"자기가  의사이면서" 정도가  되겠다) 중에는  '즈가나렐' 이라는   무면허  돌팔이  의사가  등장한다.
그는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임기응변식  화술과   말도  안되는  라틴어를  우물우물 하면서   실어증  환자에게  포도주  적신  빵을 처방하는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촌민들을  치료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엉터리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효험을  보아   그는  날로  유명해진다.
그의  진료실에  가면  천장에  가격표가  붙어있다.    예를 들어,  두통에는  계란이  한 줄,  설사에는  닭이  한마리  등등이 되겠다.    그래서  환자가 진찰대에  누우면,  일목 요연한  '가격표'를  보게되고,  자기의  부담을  가늠할 수 있게된다.        왜  몰리에르가  의사에게  ' 떫은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극 중  무면허  돌팔이를  등장시켜  작가는  도망갈  길을  만들어 놓고,  진짜 의사들을  통렬히  꼬집고 있다.

세상  어느  의사 사무실에  가도,  가격표가  벽에  붙어 있는 곳은 없다.
아마  몰리에르가  의사를  만났을  때,  자기 나름 대로의  계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는  바람에  낭패한  경험이 있어   이 극을  통하여  실컷  화풀이를 하지않았나   짐작된다.

미국에서는 보험회사가  청구받아 지불하므로   청구 , 지불이  환자에게  말썽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보험이  없는  경우, 환자분들은  처음에  상당히  긴장하게된다.    이는  변호사나   다른   전문인의  의견을  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의사  진료비를  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문제가  간단하여 구하는  의견이   한 마디로  충분할  경우 일지라도 , 사안의  중대성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면    당연히  청구액은  많아질 것이며,    복잡한  문제를  만나  장시간의  심사숙고와   여러  참고 문헌이나  많은  다른  의견들을  참조해야 할 때는    당연히  청구액은  높아  질것이다.
또  간단히  대답할 수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  그 것이  아무나  알 수 없는  특수한  분야의 문제라면    또한  비싸 질것이다.
 그리고  지출이 많은  사무실을 유지한다거나,  과실  보험료가 비싸다거나,  약속하기 힘든  바쁜  의사라면   이들  또한  비싼 청구서의  요인이  될 수있다.

그런데  의사의  진료비는   환자와 의사  두 사람만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중간에 누가 간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진료비가  그 지역의 사정,  의사의 형편, 환자의  처지등  모든것을  감안한   합리적인  액수이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암만  청구액이  적더라도  환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면   낼 수 있는 만큼만 내고   받는것이  순리일 것이며,  또 간단한  문제일지라도  환자분이  더  사례하기를  원 한다면,   그만큼  더  지불하는것도  자연스럽다.

왕왕  청구액에  대하여 불평과  시비가 생기는 것을  보고  듣는다.
물론  앞의 극중  얘기 처럼  의사  사무실  천장에  '진료  가격표'를 붙인다면  어느만큼  해결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환자의  경우,  의학적으로  똑 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으며   사람마다  개인 사정도  모두 다른데에    일률적으로  정 할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존' 과  '명예'가 있다.

결론지어,  진료비, 즉 , 전문인의  청구서는  환자와  의사  두  사람이    서로의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 해야한다는    막연한  얘기 밖에  할 수 없겠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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