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봄, 사순절 기간, 제가 고2 때 입니다. 서울 장충동 경동 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했던 저는 뒷 쪽에서 들리는 우렁찬 바리톤 독창 에 부끄러움도 잊고, 염치 불구하고 몸통을 돌려 이층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누구야? (당시 경동 교회는 뒷쪽 이층에 하몬드 올갠이 있었고 , 성가대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곡은 비제의 '신의 어린양' 이었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돌아온 이인영 선생이셨습니다. 중3때 이선생의 귀국 독창회에 아버님과 같이가서 큰 감명을 받고 온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다시한번 그 감동을 되살리는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는 또 다른 깊은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 곡은 본래 비제가 1872년 작곡한 인시덴탈 뮤직 '아를르의 여인(L'Arlesienne)' 2막과 3막 사이의 간주곡입니다 . '아를르의 여인'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알퐁소 도데 의 희곡이고 비제는 여기에 곡을 붙였습니다. 인시덴탈 뮤직(Incidental Music)이란 대사나, 노래나, 연기없이 대본의 장면 진행에 따라 오케스트라 나 기악 연주곡을 붙인 것입니다. 이 처음 쓴 인시덴탈 뮤직에는 예외적으로 합창이 들어있습니다.
이 곡들은 처음 발표 되었을 때 혹평을 받아, 비제는 몇 년 후 4개 악장의 '조곡'으로 다시 씁니다. 그리고 비로소 '괞찮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것을 '아를르의 여인 조곡 I' 로 부릅니다. 그가 36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 4년 후, 어네스트 귀로드(Ernest Guiraud)가 다시 손을 보아 편곡하여 '아를르의 여인 조곡 II' 를 내 놓습니다. 요즈음 우리가 듣는 곡은 거의 이 ' 조곡 II'입니다. 이 조곡II의 2악장 간주곡(Intermezzo)이 바로 '아누스 데이 '입니다.
이 곡에 누가 가사를 붙이고, 언제부터 성가로 쓰이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유 -튜브에는 1910년 경 테너 엔리코 카루소 가 부른 '아누스 데이' SP 레코딩이 올라 있습니다.
'아누스 데이(Agnus Dei)'는 ,아시다 시피, 미사 예식중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는 순서의 음악입니다. 이 곡이 특히 4순절에 쓰이는 이유는 , 아마 '제물로 바쳐지는 예수' 라는 의미 때문일 것입니다.
키는 D-Major 이고 템포는 보통 빠르기로(moderato), 4분음표가 1 분에 72 정도입니다.
시작되면 , 오케스트라의 팡파레에 이어서 목관의 피아니시모 대답이있고, 이 대목이 한번 더 되풀이 된 후, 테마 멜로디가 나옵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혼과 목관들이며 , 성악 곡에서는 편곡에 따라 소프라노도, 테너도, 바리톤도, 합창도 될 수 있습니다. 패시지에 따라, 극적인 커짐 , 작아짐, 끄는 부분이 많고 , 감정 표현에 굉장히 섬세해야 할 부분이 거의 모든 패시지에 걸쳐있어 연주하기 힘든 곡입니다 . 마지막은 절규하듯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외치고, 처음같은 팡파레로 마무리 됩니다.
사람들은 비제의 이름에는 익숙하지만 '조곡II' 의 편곡자 어네스트 귀로드는 거의 모릅니다. 제 개인 의견으로는 , 물론 비제가 본래 곡의 작곡자이기는 하지만 , 요즈음 저희가 듣는 '아를르의 여인'이 거의 '조곡II' 임을 생각한다면, 귀로드는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찬사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Mar.22. 201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