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4, 2011

'열중 쉬어'의 의미

서 있는 상태를  정하는  구령에는  '차렷','  열중  쉬어',  '편히 쉬어',  그리고  끝났다는  뜻의 '해산'이 있다.   그중  부동의  자세인 '차렷' ,  움직여도  좋은 '편히  쉬어',  그리고  구속력이  전혀  없는  상태인 ' 해산' 등을  제외하고,  '열중  쉬어' 라는  구령이  가장 ' 매력'이 있다.
이 '열중  쉬어'는  정신적으로  '차리고'  있으나,  물리적으로는  약간의  '느슨함'이  공존하여,  '오는듯이  가고',  '가는듯 오며',  언제든지  즉각  다음 행동에  임할 수 있는  '고수' 다운  여유를  보임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연주회에서,  그것이  독주회거나,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연주회거나  간에   연주 내용이  가장  주된  관심사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들으며  함께 보게되는  연주 태도,  즉  무대 매너도  느끼는  감동에  당연히 큰  영향을  준다.
그 중에도  반주가  먼저  나오는  전주  부분에서  연주자  모습과  태도에  따라,   안정감과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계속  경청하기도 하고,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이 부분에서  정말  고수급인지,  수준급인지  ,  그  이하인지  거의 판별이  되는 것이다.  '열중  쉬어'가  다른  형태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순간이다.
피아노나  첼로 연주 처럼  독주자가  앉아 있으면  기본적인  큰  변수는  없지만 , 그  앉은  모양새와   얼굴  표정과  눈의  움직임이  우선  보인다.     그 분위기가  차분하고  진지하며  과장된 움직임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없으면    청중은  안심하고   다음 부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된다.
그런데  바이얼린 처럼  한 손에  바이얼린,  한 손에  활을  들고  서있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음악에  몰입하는 자세를  갖기가  매우  어려워  연주자 마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진지하고,  노련하고 ,  능력있는 연주자 일 수록, 유연하며    자세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자연스런  폼으로  바이얼린의  활을  들고  언제든지  연주에  동참 할  준비가  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미숙할수록  악기를  들고있는  폼이  경직되어있고   부자연스러우며 
 어딘지  어색하다.
합창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서 있어  꼬집어 말하기  어려우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쉽게  감지된다.    집중과 여유는  마찬가지이고,  연주자들이  음악에  대하여  갖는 겸손한  마음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타날  때 ,   이는  성공이다.      몇 사람이라도  두리번 거리며  누가  관중석에  앉아있는지  확인한다거나 ,  웃는다거나 ,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불성실한  태도는  좋은  분위기를  깨 버린다.
독창의  경우,  자연스럽게  한 손을  피아노 위에  얹고 , 먼 곳을  꿈 꾸듯  응시하며  전주의  선률에  따라가면  청중은  마음을  놓게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있고  연주하는  음악 속에  들어가있는  안정된  태도는  움직이는  지휘봉  끝을  통해  연주자와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몇  소절 만  지나면  지휘자와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대강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면  음악에서만  그러한가?    아니다.
오래 전  필자는  미스  뉴욕의   심사 위원을  두  해 동안  한 적이 있다.   차음  갑자기  통보를  받고, (보안상  항상  당일  아침에 통보 한다고 함)   집합장소에  가서   심사  요령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서도  얼떨떨한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심사위원 경력  10년의 고참(?)   K 형이  옆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일러준다.        "최  형,  걱정할 것  없어요.   우선  나누어진  신상 명세서를 보고, 후보를  보면    누구누구를  잘  눈 여겨 보아야 할지  감이 잡힙니다.   시작되면 무대에  한 사람씩 나와  사회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나서  , 뒤로  물러나   길면  30분,  짧으면  5분 가량   '열중 쉬어'하는 식으로    다른 후보  인터뷰  끝날 때 까지  기다려요.     이 때  잘 보세요.   열 중  아홉은  아무도  자기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자세가 흐트러지고,  본연의  모습이  나와요.       여기에  주목하면  점수 매기는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K 형의  말씀은  심사  요령의  정곡을  꿰 뚫고 있었고 , 필자는  주저함 없이  채점표를  채울 수 있었다.
위의  예 만이  아니고 , 사람이  서로를  알고,  또  자신을  알리는데  있어서도   '열중 쉬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있다.
'알려지는 '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하여,  사실  이상으로라도  꾸며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 항상'  꾸미지는  못한다.      항상  '차렷'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하지 못 함과  같다.
따라서,   결국  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향상 ,  요즈음 말로   자신의   '업 그레이드'   만이 ,  유일한  남은  선택이겠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