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2, 2011

삶은 달걀의 변.

필자가  삶은  달걀 같다는  소리를  처음들은 것은    미국에  막  오자마자 였으니  38년전  일이다.
아마  미국식  조크로  융통성이  없고   앞, 뒤,  옆이  꽉  막힌  사람이라는  뜻인  모양인데  , 그렇게  부르신  분에게  나는  대단히  고지식하게  보였던것  같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분 께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의사들을 싸잡아   잘  삶아진  계란(hard-boiled  egg)으로  분류하셨다.
필자는  그 이후 나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의사분들이  과연  계란  같은   친구들인지  가끔  살피게  되었고 , 얼마  후  그 주장에  수긍이 가는 바  있음을   내키지 않지만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간혹  예외는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직종을 가진  한  집단이   왜,  하필이면 , 남들에게   공통적으로  그런 인상을  주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우선, 선천적으로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10년 이상( 예과,  대학,  수련의 포함)  교육과정 중에  날마다  같은 방향으로 , 같은 방법으로,  교육되어온  후천적  요인이  엄연히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다.
내 경우 , 100명이  같이  예과에  입학하여  편의상  두 반으로  나뉘어 강의 , 실험한 적은  있으나  대부분  하나의  단위로  대학을  마쳤다.     졸업 무렵에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대부분  동기생들의  성격,  품성은  물론 ,   어디살고   아버지가  누구며,  형제가 몇 인지 등등  가정 환경의  상당히 깊은  부분까지도  꿰 뚫고 있게된다.      그러는 중  ,  모르는 중에  서로가  비슷해 지는것이다.

그리고,  의사를  만드는  교육이  지향하는 곳은   근본적으로  창의력이나  '튀는'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       이미  이루어진  학문적 성과나  업적도 ,  충분한  검증을 거친  사실들만  중점적으로  교육하며 , 이것을  낙제 않고  따라가기도  매우  바빠서,  다른 생각은  할  필요도 없고,  여유도  없다.
다시 말해서, 항상 내가  '죽고  사는',  '생존여부'가  가장  급한  문제가  되고 만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불쌍하다'.
대학  1,  2학년의  기초과정에서는  이런 교육에  덧  붙여서   어떤  명제에 대하여  이론을  전개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방식'을  계속해서  반복, 교육시키기  시작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가능한  모든  결과를  대상에  올려놓고,    증거나   객관적  사실에  의해   하나씩  줄여감으로써   최종적으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매일  반복한다.
즉, ' 역  피라미드 식  전개'에 이어  , ' 피라미드식  수렴'을  세뇌하듯이  계속  되풀이하는 것이다.    휴학,  전과하는  희생자는  대부분  이 때  생긴다.     여기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3학년  임상에  진급하여  ,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서 ,   졸업,  수련과  개업을  거치며   또  같은 사고를  계속하는것이다.

이러다보니,  자기  직업 이외의  모든  인생사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편하다.        왜?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를 뿐  아니라,  이미  거부감이  생겨  있으므로-.       따라서  극  소수를 제외한  모든  의사들은   극히  보수주의자 일수 밖에 없다.        새로운것을  수용하는데 대단히  인색하며,  어떤  변화를  수용할  경우라면   그것이  모든 검증 과정을  충분히  거쳐   확실하다고  인정 받았을  때 만으로   국한된다.
이러한  자세가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마찰이  생기고 ,  독불장군 ,  유아독존 격인  인상을  줄 뿐  아니라 , 심하면  고집 불통으로  따돌림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필자나  동료들은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당연히  남을  더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것도   잘 알고있다.   그러나, 행동이  뜻을  따르지  못 할때가  많다.

독자  여러분 께  외람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얘기는 ,  개인적으로  의사와  얘기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이러한  이들의  성장  배경을  감안하셔서,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 서로가  한 '인간'으로  돌아가  대화할  때,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순조롭게   해결되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간곡히   깊은  배려를  부탁 드린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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