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6, 2011

편지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거운   손  ,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젖은  편지"  "하얀  종이위에  말없아  써 내려간  , 너의  진실  알아내고  나는 그만  울어 버렸네."
'편지' 하면  우리는  위의  노랫말 처럼  가슴 설레는  연상을  하게된다.  그러나  필자가  하루에  몇 장 씩 쓰는  편지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몇 년 전  자신을  N대학  학생  지도교수라고  소개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쓴  편지를  잘  읽었는데,  자기가  보기에는  그 학생이  6개월을  쉴  만큼  아픈것 같지도  않고,   건강히  돌아다니니   몇 가지  묻겠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 이름이  아무개라고  얘기 하는데,   도대체  내  기억에는  없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그 편지를  다시  보내주십사  부탁하고   통화를  끝냈다.
돌아온  편지를  보니,  이름  찍힌  레터  헤드는  분명히  내 것인데  , 문구와  싸인은   전혀  내것이  아니었다.       다시  전화해서   그 것은  제  편지가  아닙니다  하고  명확히  얘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또  얼마 전  , 자기를  버스 회사  지배인 이라고  소개한  분이  전화하셔서   말씀하시기를 ,  자기 회사  운전 기사  한 분이   필자를  만났다는  편지를  가져왔는데,  그날  몇 시에서  몇 시 까지  그  사무실에 있었나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한   이, 삼십년  전에는   이런 일이  아주  드물었는데,   요즈음은  각박한  세태를  반영하듯,  위와같은  확인 전화가  자주 온다.

의사가  쓰는  편지는  자기가  직접  쓰는  '편지' 와   가져온  서식을  메꾸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 결국  그  내용은  같다.    이  모두  법적인  증빙 서류임으로   쓸  때는  당연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개서  몇 가지  편지 쓰는  원칙이 있다.

우선,  말을  극도로  아끼게  된디.  꼭  할 말만  간단한  문장으로  얘기하며,  형용사는  최대한  제한한다.     따라서  전혀  문학적이지  못한 ,  단문의,   메마른  문장이  몇 줄  쓰여진다.
그리고,  단어도  두리뭉수리한 것은  피하고,  되도록  명확한  뜻을  가진 것만   골라서  쓰게 된다.

다음으로   묻지  않는 것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읽는  분으로  하여금   쓸데없는  오해나  상상이  없도록하고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분이  닷새 전 부터  아파  결근했다는데"  라는  얘기는  쓰지 않고 , "  오늘  아무개를  무엇  때문에  보았다." 고만   쓴다.      닷새 전 부터  아팠다는 것은  환자 분의  주장이고   의사가  확인해야하는 ,  또  확인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고용주 측에게  설명하고  납득 시키는 것은    환자분의  몫이다.

그리고  고용주가  가장  관심있는  부분은   언제부터  다시 일  할수있는가  하는것이다.    하루나  이틀  후에  직장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돠면   확실한  날자를  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면    몇 일 후에  다시  진찰하게  될 것이라고 만  쓰며,  회복되어  일  할수 있다고  판단욀  때   비로소   확실한  날자를  쓰게 된다.
미국의  고용주나  고용인들은   아픈 사람과  같이  일 하기를  굉장히  꺼린다.  혹시  남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면  아예  못 나오게 한다 .     여기서는  아프면   직장에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며,   한국에서 처럼   '아픔을  무릅쓰고 일 하러 왔다' 는 것은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  자랑거리도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이상스럽고  귀찮게  생각한다.
여기에  동, 서간 생각의  차이가  있다.

예외적으로  몇 달,  몇 년 씩  일을  못 하게 되면,   대강의  기간을  알리고  자주  중간 보고를  하게된다.

가장  난처한  경우는  있지도  않는 사실을 써 달라고  억지로 청하는  분을  만날  때다.   요구하는 분들은   '그까짓 것 쯤 '  할지  모르나,     암만  사정이  딱하다고  해도   법적  증빙 서류에  거짓말을  할  수 없을  뿐  더러,  도의상  허위 사실을  쓸  수도  없다.      의사에게도  신념과  명예 ,  그리고  면허가  있다.
대단히  매정하다고  생각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가슴 아프기도  하나,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서로  피함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의사의   편지가  삭막하고,  짤막하고,  성에  차지도  않으며,   인정  사정없이  보이더라도 ,   쓰는  입장을   감안하셔서    넓은 이해가  있으시기  바란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에서 -.

1 comment:

  1.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연락드리는 양희경이라고 합니다.
    우선 이렇게 급작스레 글을남기게 되어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동료이셨던 이종성 박사님에 관하여 꼭 좀 여쭙고자 하는 일이 있어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폐가 되지않는다면, 밑에 남겨놓은 연락처로 편하신 시간, 낮과 밤 상관없이 꼭좀 연락 부탁드립니다.
    yhkyung2@hotmail.com
    82-10-6281-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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