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3, 2011

화장하지 맙시다.

1972년  초, 군의관  시절,     K군  화전민  촌에  무의촌  진료를  가서  70대 할머니  한 분을  뵙게  되었다.
"맥  보시는  선상님이  누구시우?'     "네,  접니다.  할머니  어디가  불편 하시나요?"   그  할머니가  씩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   "어디  용하신  선상님 ,  내가  어디  어떻게 아픈지  한번  맞춰 보시우."      "?".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필자는   잠시  멍  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의사를  만나러  가면  ,  우선  의사는 귀찮으리 만큼  많은  질문들을  한다.   그리고  보고,  듣고,  만져보고,  두들겨 보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진단이  이루어지고  검사와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2학년  2학기가  되면   '진단학' 이라는  과목을  배우게  된다.  즉,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등의  기초의학 과정을  마치고,  임상 의학에  입문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르치는  것이  위에서  얘기한  문진,  시진,  촉진,  청진  , 타진 등 질병의  진단시  필요한  기본적 기술이다.     이들은  의사가  일생  지니고 ,  계속  써야할  기본기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익숙해 질 때 까지  계속   반복  훈련 시킨다.
그리고, 이들을  기본으로   나중에    전문 분야에  대한  기본기를  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정신과는  문진에  , 피부과는  시진에  더욱  비중을  두게된다.

위의  진단 과정이  충실할 수록,  진단이  쉽고  정확할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진단 하는 쪽과  받는 쪽  양쪽 다   같은  목적을  위해   온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위의  화전민 촌 할머니처럼   일방적인  경우가  되면,   의사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한참  헤메게   될 것이며  ,  과연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환자를  뵐 때   가장  난감한  것은  물음에  자세히  대답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감추는  분들을  만날  때다.   의사와의  상담은  항상  비밀이  지켜짐이  원칙일진대   일단   그  의사에게  맡기기로  정했으면 감출 일도, 거리낄  것도,  체면  차릴  것도  없다.
결국  나중에  밝혀질 일,  사실을  바로  말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한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또  의사를 만나서  할  말을  다  못하는 경우도  문제다.  너무  긴장해서  할  얘기를  잊어버릴것  같으면   메모를  만들어  하나씩  말  해도 되고,   배우자를  동반하여  대신  얘기하게 해도  된다.   미국에서   의사는   묻는 만큼  자세히  대답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가  청진,  시진,  촉진,  타진 등에  지장을 주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자분 들의   화장이다.      파운데이션,  립스틱,  볼 연지,   아이섀도우, 매니큐어,  패디큐어,  마스카라  등등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들이다.
그 자리에서  지울  수도  없고,  참 난처한  경우가  많다.    로션  정도에  그쳐야  안색이나  피부를  자세히  살필 수 있고,   또  손톱,  발톱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징후들도  많다.

필자의  대학 시절,  산부인과에   N 교수님이  계셨다.    이 분 께서는 진찰  전  환자분들이  특정 부분을  깨끗이  씻고,  거기다가  향수 까지  뿌리고  오는데  대하여    항상  강한  불만을  얘기하곤  하셨다.    깨끗이  하면  할수록    병의  징후들은   더  씻겨  나갔을  테니 ,  화 내시던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병은  의사  혼자  고치지  못 한다.
의사  사무실에  오실 때는  화장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얘기할   메모를  가지고  오시기  바란다.
이것이  서로를  위하며,  시간과  노력과  돈을  절약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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