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50대 요리사라고 소개하신 분의 말씀이 "얼마 전 부터 오른 손 손가락들이 가끔 저리더니 지금은 계속 저릴 뿐 더러 감각도 둔해질 때가있다. 피가 잘 안 통해서 그런 것임에 틀림 없는데 피를 다시 통하게 하려면 무슨 약이 좋으냐" 물어 오셨다.
우리의 손목 안에는 뼈, 근육, 인대, 활낭 , 핏줄 , 신경 등이 지나고 있으며 이들을 밖으로 둥그렇게 싸매고 있는 리본 모양의 밴드가 있다.
이 밴드가 본래 너무 탄탄하거나, 지나는 근육, 인대 , 활낭 들이 어떤 이유로 부었을 경우, 밴드가 더 늘어날 여유가 없으면 안으로 조여들어 신경을 누르게되어 , 감각도 둔해지고 저리고 아프다. 이것을 '칼팔 터널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뵙고 보니 이분의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심하지 않아, 정형외과에 갈 것없이 손목에 버팀쇠를 대어 쉬도록하고 , 약도 먹고 하여 몇주 후 씻은듯 회복되었다. 피가 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20대의 패기 만만한 물리학 박사 후보가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는 '협심증'이 틀림없어 요새는 살 맛이 안 난다고 대단히 의기 소침해 하며 부인 까지 수심이 가득하였다. 가끔 왼쪽 가슴이 뜨끔뜨끔 아프고 왼손이 거북한 듯 느껴지는 것이 '협심증'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진찰, 검사 해 보니 신경과에서 찍은 근전도 검사에서 목 척추 신경 일부가 '추 간판 연골'에 눌려있음이 발견 되었고 심장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리 치료와 약을 먹은 후 많은 차도가 있었고 , 더욱 중요한 것은 '죽을 병'이 아님을 확인한 기쁨에 단숨에 학위도 받고 , 귀국 후 교수님으로 맹 활약 중이다.
위의 두 예는 자가진단으로 쓸데없는 마음 고생을 하다가 극적으로 해방된 공통점을 가지고있다. 프로패셔날, 즉 전문인이란 속되게 얘기해서 우리말의 '쟁이'를 말한다.
'쟁이'란 같은 일을 계속하여 어느만큼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통칭하는 낱말이다.
옛날 일수록 전문인은 드물고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아 했다. 직업이 세분화 되지않고 지식의 깊이가 지금같지 않던 당시에는 당연한 일 이었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자기분야의 '쟁이'가 되어 서로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대이다.
필자의 고교 동창 중에는 H 자동차 연구소 책임자 였던 L군이 있다. 이 친구는 고교시절 수학에 단연 발군의 실력을 보였는데 , 문제에 처음부터 접근하는 방법 부터가 완전히 달라 항상 탄복했던 기억이 난다. 타고난 수학적 머리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 무조건 많은 문제를 접하고 그 푸는 방법을 암기하는 , 즉 , 뒷북을 칠 수 밖에 없었던 필자는 세상에 이런 타고난 천재도 있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었다.
결론지어, 비 전문가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것이 전문인의 눈에는 대단히 중대할 수 있으며,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아마추어의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안해도 될 마음고생, 신체적 고통을 피하려면 전문인의 의견을 구하는데 인색치 마시기 바란다.
그래야 남들도 여러분에게 주저함 없이 모르는 분야의 전문 의견을 묻고 , 여러분은 친절히 대답할 것 아니겠는가?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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