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11, 2011

'꽃다발 환영, 환영?"

10월이  되면 우리 집  주변은  온통  단풍이 들어  전혀  다른  별천지가 되고 ,  이  갖가지  노랑 , 빨강색의 아름다움에  묻혀사는  호사는  약  한달 가량  지속된다.  40년전  군의관으로  설악산  근처에  근무 할 때는 가을 철  만이 아니고  , 운 좋게  봄철  내내  철쭉꽃의 진홍색에  파묻혀  지낸 적도  있었다.
한 아름  꽃다발을  받고 , 그순간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 들이  안팎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확실한  두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한곳은  병원과 병실이고 , 또  다른  한 곳은  전문 음악인의  연주회장이다.
의사의 오피스에  도도하게  꽂혀있는  한 송이  장미나 , 난은   틀림없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다.  요즈음의  조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 코 앞에서  만져보아야   겨우  구별할  구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병실에  꽃을  사 들고 가면  환자는  반기지만 , 담당  간호사나  의사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 함을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왜?    이것은  꽃가루나  꽃향기에 의한  알러지가   그  환자  본인 만이  아니고  전체  오피스나  병동에   흔히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래전  C군의  비이얼린  석사과정  졸업  연주회에  간 적이 있다.  성실 하기로  이름난  C군인지라  적지 않은  숫자의 관객이  객석을  채우고 ,  연주회는  성공리에  끝났다.
인사차  찾아간  무대 뒤에는  꽃 다발 들이  쌓여있었고,  동료  음악인들은  인사와  함께  조그만  봉투  하나씩을  건네고 갔다.
관객들은  거의  돌아가고,  꽃다발을  향해  난감한  표정을  짓던   C 군은  남아있던  동료  몇 사람들에게  그 꽃다발을  하나씩  안겼다.     그리고  가지고  갈 수도  없거니와    가져가서  꽂아둘 곳도,  또  돌볼 수도  없으니  ,  가져오신 분 들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나누어  갖자고  했다.
그렇게  하고서도  남는  꽃들은  무대 위에  남겨둘  수 밖에 없었고  , 아마  청소부에  의해  쓰레기  통으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조그만  봉투들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액수이기는 하지만 같이  고생하는  동료들의  정성이  담긴 몇 장씩의  10불 ,  20불 짜리  지폐들이  얌전히  들어있었다.
이 때    필자는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만이  아니고    받는 사람이  또한  엄연히 존재 한다는  사실을   새삼  새롭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봉투 속  지폐들의  액수는   꽃다발  값의  몇 분의 일에  불과했지만 , C군에게는  실질적으로  확실한  큰  도움이 되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  작은  졸업 연주회의  사건이었다면 , 더 규모가 큰  연주회에서는  이에  비례하여  일이  더  커질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꽃을  선물 할  때,  이것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 통행' 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만하는  대목이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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