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7, 2011

'변화'와 '조정'

"K 대학교  ,   초온-놈  대학교 ,  막걸리 대학교,   E대생은  우리 것,  S대생도  양보  못한다"
1960년대  중반  K대에  갓  입학한  친구 이군이   기회만  있으면  뽑던  노래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우선  그  가사의  솔직함에  놀랐고,  또  넘치는  젊은  기백에  완전히  압도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K 대학  여학생  여러분이   이노래를  다 같이 부를  때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지도  했지만 -.     40 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위의  후렴 부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던  제스츄어와  함께  생생히  기억하고있다.
그러나  오늘날  60 이  넘은  이군이  이 노래를  한다면 , 과연  그 때와  같은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젊은  마음은  젊은 신체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일진대, 나이든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른다면  오히려  측은한  감이  들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나이든  신체의  일부를  한시적으로나마  '젊게' 해주는  약들이  개발되어  인기를  얻은지가   꽤  된다. 그중  하나가  혈관  확장제들이다.   이 들은  혈관  안쪽 벽에  작용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고,  또  확장한  상태가 상당 시간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발기를  돕는다. ( 남성 음경은  혈관이  스폰지 처럼  뭉쳐  모여있는  것이다.)
본래  이약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진    협심증을  치료하려고  개발되다가   생각지  않은  부수적  효과를  보고,   그  방향으로도  쓰이게  된  약이다.
만일  이  약의  주성분이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  원하는  만큼   혈관을   이완 ,  확장시킬 수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고혈압과  심장 , 혈관계 질환으  치료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약효도  제한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의사의  권유에  따라   조심스럽게  써야할 약인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이 약이  시중에  나온 후, 부작용의 가능성이 적은  분 중에서  꼭  필요한  분에  한하여   조심스럽게  처방하기  시작했다.    문헌에  나온  '증례 보고 결과'도   으례히  그러려니,  별로  믿지  않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약을  사용한  할아버지(?) 들이   다음번에  찾아 왔을  때,   하나같이   매사에  자신에  차 있고  활기를  되찾은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 적인  자신감이  날마다  살아가는  태도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약의  부작용도  생각한  만큼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약이  개발되어  쓰임으로써 오는  영향은  의학적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 문화적으로   더 큰  변화가  올 것 같다.
60여년 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 통계는  없으나 ,  40세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  노인성  질환,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기의  노쇠함에서  오는  병 들은    큰 관심거리가  될  수  없었다.  나이가  드시기  전에  저 세상으로 가시게  되니,   그런  병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평균 수명이  75-80 세에  육박하는  오늘날    이 성인,  노인병들은   상대적  다수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이든   분 들의  ' 삶의 질'도  높게  유지돠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에 따라  주된  연구와  논의의  대상이 되고,   따라서  이같은  약도  개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보다  오래 살게됨에  따라,  부수적으로  새로운  문제들이  줄지어  생기고,  이들이  해결 되면서 사회가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여류시인  K 여사께  했더니,  "지금  이 세상에다가  노인 까지  설치게(?)  되면  어떡하지요?    큰  일이네."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필자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한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사회가  변하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의  극히  일부를  점하여  살  뿐이고 ,   그  역사는 계속해서  ' 합 목적적'으로  변화하며  조정되어  나갈  터  이니까.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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