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대학교 , 초온-놈 대학교 , 막걸리 대학교, E대생은 우리 것, S대생도 양보 못한다"
1960년대 중반 K대에 갓 입학한 친구 이군이 기회만 있으면 뽑던 노래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우선 그 가사의 솔직함에 놀랐고, 또 넘치는 젊은 기백에 완전히 압도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K 대학 여학생 여러분이 이노래를 다 같이 부를 때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지도 했지만 -. 40 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위의 후렴 부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던 제스츄어와 함께 생생히 기억하고있다.
그러나 오늘날 60 이 넘은 이군이 이 노래를 한다면 , 과연 그 때와 같은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젊은 마음은 젊은 신체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일진대, 나이든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른다면 오히려 측은한 감이 들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나이든 신체의 일부를 한시적으로나마 '젊게' 해주는 약들이 개발되어 인기를 얻은지가 꽤 된다. 그중 하나가 혈관 확장제들이다. 이 들은 혈관 안쪽 벽에 작용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고, 또 확장한 상태가 상당 시간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발기를 돕는다. ( 남성 음경은 혈관이 스폰지 처럼 뭉쳐 모여있는 것이다.)
본래 이약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진 협심증을 치료하려고 개발되다가 생각지 않은 부수적 효과를 보고, 그 방향으로도 쓰이게 된 약이다.
만일 이 약의 주성분이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 원하는 만큼 혈관을 이완 , 확장시킬 수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고혈압과 심장 , 혈관계 질환으 치료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약효도 제한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의사의 권유에 따라 조심스럽게 써야할 약인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이 약이 시중에 나온 후, 부작용의 가능성이 적은 분 중에서 꼭 필요한 분에 한하여 조심스럽게 처방하기 시작했다. 문헌에 나온 '증례 보고 결과'도 으례히 그러려니, 별로 믿지 않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약을 사용한 할아버지(?) 들이 다음번에 찾아 왔을 때, 하나같이 매사에 자신에 차 있고 활기를 되찾은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 적인 자신감이 날마다 살아가는 태도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약의 부작용도 생각한 만큼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약이 개발되어 쓰임으로써 오는 영향은 의학적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 문화적으로 더 큰 변화가 올 것 같다.
60여년 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 통계는 없으나 , 40세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 노인성 질환,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기의 노쇠함에서 오는 병 들은 큰 관심거리가 될 수 없었다. 나이가 드시기 전에 저 세상으로 가시게 되니, 그런 병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평균 수명이 75-80 세에 육박하는 오늘날 이 성인, 노인병들은 상대적 다수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이든 분 들의 ' 삶의 질'도 높게 유지돠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에 따라 주된 연구와 논의의 대상이 되고, 따라서 이같은 약도 개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보다 오래 살게됨에 따라, 부수적으로 새로운 문제들이 줄지어 생기고, 이들이 해결 되면서 사회가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여류시인 K 여사께 했더니, "지금 이 세상에다가 노인 까지 설치게(?) 되면 어떡하지요? 큰 일이네."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필자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한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사회가 변하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의 극히 일부를 점하여 살 뿐이고 , 그 역사는 계속해서 ' 합 목적적'으로 변화하며 조정되어 나갈 터 이니까.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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