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건방진 얘기가 되겠으나 , 1960년대 초, 제가 고등 학교 학생 이었을 때의 희망 사항 중 하나가 ,20년 후 조용한 휴일 아침 , 초록 빛 바깥 풍경이 보이는 거실에 앉아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비발디 '사계 ' 중 '겨울'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종종 비발디의 작품을 듣고 연주 했으나 그의 성가들은 미국에 와서 Magnificat과 Gloria 를
들으며 처음 접했고, 그후 어느날 Ricardo Muti 가 지휘하는 Gloria 를 듣고 "바로크 음악을 이렇게도 할 수있구나"하는 강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시다시피 , 비발디는 바로크 시대 (1600-1750) 음악가들 중 이태리를 대표하는 간판 격인 작곡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몇 가지 평범하지 않은 사실로 후세 사람들에게 더욱 각별히 기억됩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1678년 이태리 베니스에서 출생하여 (JS Bach 보다 10년 쯤 앞 섭니다), 174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일생을 마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1675년 생이라는 설도 있고 사망 년도에도 이론이 많습니다.
그는 성당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에게서 어릴 적 부터 음악 교육을 받고 자랐고 ,나이 25세 때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가 됩니다. 그러니 "건강상 이유" ( 기록에는 만성 병;chronic disease 이라고만 되어있슴) 로 성당을 떠났고 , 고아원에서 어린 소녀 들에게 바이얼린과 합주를 가르치며 작곡과 연주를 했고, 여러곳을 '여행' 했으며, 비엔나에서 나이 60이 넘어 세상을 떠날 때 까지 500 여곡의 작품을 남깁니다. 이는 굉장히 많은 수의 작품 이며 , 상당히 분주한 활동의 결과로 생각 됩니다.
그러니 당시에 크게 인정 받지 못한 까닭인지, 아니면 여러 곳을 돌아 다녀서인지 알 수 없으나, 그의 행적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더욱 이상스럽고 중요한 사실은, 그의 작품들이 그의 사망 후 , 즉 1700년 중반 이후 연주된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없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완전히 사라졌다가, 200년 후 미국의 바이얼리니스트 올가 럿지, 이태리 작곡가 알프레도 카젤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악보들이 발견되고, 연주되며, 또 그의 음악에 심취한 분 들이 늘어나고 , 한 때 이태리 국수주의의 도움도 받아 연구와 악보 발굴이 더욱 활발해 져서 , 오늘 날 약 500여 곡이 세상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거장으로 여겨지는 비발디가 ,또 그의 음악이 200년 동안 완전히 잊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느누구도 자신있는 대답을 못 합니다. 여러 가정, 학설도 앞 뒤가 잘 안 맞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데, 당대에 재능은 있으나 별로 주목받지 못한 한 음악가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곳을 떠돌며 가끔 지방의 부호나 토호 ,영주들을 위해 곡을 써 주고 적은 사례를 받아 살았었고,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곡을 더 자주 써야만 했으며 , 그 곡을 받은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보배로운 가치를 몰라 악보를 아무곳에나 쳐 박아 두었는데, 후일 그 귀중함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 개인의 유물을 정리하는 중에, 혹은 대학 도서관 같은 곳에서 서류 뭉치에 섞여 있다가 발견 된 것으로 사료됩니다.
지금도 적지않은 숫자의 음악 평론가 들이 " 그의 기악곡 들은 다 똑 같다"고 혹평하는것과 연결지어 보면 ,위의 설명은 꽤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나,1727년 오스트리아 황제 카알 6세의 후원을 받았다는 기록도 있고 , JS Bach가 비발디 합주곡 중 열 곡을 하프시코드와 올갠 곡으로 옮겨 놓은것을 보면, 그 시대에 꽤 인정 받았던것 같기도합니다.
지금까지 나와있는 500여곡 중에는 기악곡이 제일 많고, 다음이 오페라, 성가 순입니다.
성가에는 미사곡 , 크레도, 모텟등이 있고, 여기서 말씀 드릴 '그로리아'는 형식으로 보아 '통상 미사곡'의 일부분 같다는 주장도 있으나, 12곡, 연주시간 30분, 그리고 구성을 감안하면 순수 연주용으로 쓴 곡이라고 생각 됩니다. ( 통상 미사곡은 대개 5곡으로 미사의 순서에 엄격히 따릅니다.)
이 Gloria in D (RV. 589 ; 하나님께 영광 돌리자)는 12곡으로 되어 있고, 여성 보이스만 중창 ,독창으로 쓰인 특징이 있으며, 독창자가 부르고 회중이 응답하는 '레스폰소리알' 형식의 곡도 보입니다.
한 가지 덧 붙일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그 시절의 연주 스타일이나 기법에 충실하게 연주해야 하느냐, 그럴 필요가 없느냐 하는것은 오랫 동안 논난이 되어 왔습니다.
언제든지 연주자가 곡을 연주 할 때는 그 작품이 쓰여진 때의 역사적 배경과 동기와 주위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 거기에서 더 나아가 연주자는 자신의 주장을 더해 그 작품을 '재 창조' 해야 합니다. 이는 연주자의 의무임과 동시에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제 주장이 너무 센가요?)
교우 여러분,
이번 저희 성가대의 Gloria 전곡 연주를 지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Jan. 2005.
이 글은 2005년 그레이스 교회 성가대와 교우들께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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