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9, 2011

' 건설적' 인 '동상 이몽'

얼마전 "들판의 백합"이라는 영화를 봤다.  바하마 출신 흑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에 주연의 1963년 흑백 영화다.

줄거리인즉, 떠돌이 노동자 ,요즈음 말로 '핸디 맨'  호머 스미스가 아리조나의 한  농촌 마을을  지나다가, 황폐한 농장에서 수녀 다섯이 힘겹게 일 하는 것을 보고,숙소 지붕을 고쳐준다.
그런데,자동차에서 새우 잠을 자고난 이튿  날  아침에도 임금을 주는 기척이 없다.  기다리다  못해 묻는 그에게 수녀 대표 격인 마리아는 유식하게  마태 복음 6장  성경 구절로 대답한다.  "들에 피는 백합은 하나님의 보상이 없지만 계속 핀다".  즉, "당신은 하나님의 일을 했으니  '무료 봉사'가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리고 덧 붙여, 농장 한 구석 땅에 성당 건물을 지어줄 것을 부탁한다.
기가 막한 스미스는 잠시 멍 해진다.

그런데,어릴 적 부터 건축가가 꿈 이었고, 막 노동을 하면서도  그 꿈을 고이 간직해 온 그는 남의 간섭 없이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그 성당 건물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승낙을 한다.   면허나 정식 교육의 배경이 없는  그 에게, 이것은 자기의 " 평생의 꿈"을  실현 할 신이 내리신 "절호의 기회"로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여기에 장소가 없어  매 주 길에서 미사를 집전하는게으른 신부가 등장하고, 성당 건물은 짓고 싶으나 나설  용기가 없던 식당 주인  후안을 비롯한 순박한 주민 들이 돕겠다고 나선다.
스미스는 거절한다.   왜 ?  혼자 집 짓는 자기 "꿈" 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마을의 건축 회사에서 파트 타임  중장비 기사로 돈을 벌어 , 벽돌과 시멘트  ,식료품을 사서  건물을  짓고, 요즈음의 '1000 칼로리 다이엇'  보다 훨씬 못 한 자신과 수녀 들의 식탁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도록 한다.      이러다 보니, 성당 건축 공사는 "갓난 거북이 걸음" 정도의  잔전을 보이고,  스미스는  지쳐간다.    그러던 중 , 보다 못한 주민 들이 반 강제적으로 돕고,속 사정을 알게 된 건축 회사 사장이  자재를 무상으로 지원하여, 스미스는 못 이기는 척  고집을 접고 ,드디어  성당 건물은  완공된다.

건축의  마지막 과정으로  십자가를  지붕 위에 세울 때, 스미스는 십자가  바로  밑 시멘트 바닥에 자기 이름을 새김으로서, 꿈을 이룬 표적을 남긴다.

준공 전 날,그 동안 콧 배기도  안 보이던 신부가  손님들을 모시고 와서 자기가 지은 것 처럼 생색을 내고, 수녀 마리아는 인사 한 마디 없이 "오직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그녀의  "강성 믿음"을  다시한번  과시한다.     그 뿐 인가?  스미스에게 학교와 병원의 추가 건축을 요청한다.
이 법석을 조용히 지켜보던  스미스는 말 없이 길을 떠난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평생의 꿈을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이루게 된 스미스,남의 생각이나 당한 처지야 어떻든 간에 자기의 신념 만 고집하고  남에게 받아들이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강요하는 수녀 마리아,  손 놓고 있다가 차려진 밥상에  당연하다는 듯이 수저를 놓고  주인 노릇 하려는 신부,   성당 건축이라는 대의를 위해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고 헌신하는 후안과 순수한  마을 사람들, 스미스의  사람 됨과 기술에 반해 큰 후원자가  되었다가 수녀 마리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떠난 회사 사장 등이  확실한 대비와 대조를 보이며 얽힌다.

결론적으로,   성당 건물은 남고   나머지 일들은 진행형인 데서 영화는  잠정적인 "해피 엔딩"으로끝을 맺는다.


원작은 에드먼드 바렛의 소설이다,  바렛은 요즈음에도  사방에 널린 '자기만 옳은' ,'몰 염치한',  성직자들과,' 말 만 앞서는', 그러나  '과실을 챙기는데는 항상 유능한' 세속형 종교인들을  철저히  꼬집고있다.  
작가의  감정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영화는 끝 났다. 그러나 ' 잠정적 해피엔딩'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뒷 맛은  오래오래   두고 두고 남았다.
사람 만 바뀌고,역사는 항상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오랫 만에  드문 감동을 준  감독  랄프 넬슨과  인상 깊은 연기로 인간 군상의 실체를 극명하게  나타내 준 명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에게  감사 드린다.


                                  Jan.1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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