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정직하자.

지금 60대 이상  되신분들은 , 그 옛날  '학원'잡지에  연재되었던    조 흔파 선생의  소설  '얄개전'을 기억하실 것이다.  여기에는  기독교  미션 스쿨  KK중학  1학년  '나 두수'군이  주인공  '얄개'로 등장한다.
그는  그나이에  '장난'으로  일가를  이룬  '선수'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시를  지으라면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니 얼굴 " 과 같은  유행가 가사를  감정을  넣어  읊어  영문 모르는  선생님을  감동 시킨다거나 ,소풍날  멀리  걷기 싢어서  직원회의중이신  선생님들의  신발들을  신발장  안에  뒤죽 박죽 섞어놓아    출발이  늦어져서  간단히  가까운 곳에  갔다 오게 한다거나 하는  등등이다.
하루는  이  나두수 군이  교내  웅변  대회에 연사로 출전하는데  그 연설  제목이  '정직하자'이다.
물론  그는  단짝 친구 '용호'를  객석에  앉히고  ,"꽝" 하고  연단을  칠 때마다   목청 껏 "옳소"나  "잘 한다"를  외치도록  치밀한  사전  포석 까지  해 놓는다.
순서가 되어, 사회자가  연사와  제목  '정직하자'를  소개하는  순간 , 강당 안은  대 폭소가  터지고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만다.      뭐?   ' 나두수 '가   '정직하자' ?        연결 불가,    와하하하!      이  북새통에    '선수'는  애써 외운  원고를 다 잊어먹고  , "꽝"." 옳소",  "꽝", "잘 한다."만  수 십 차례 반복한 뒤,   유유히  "아-멘" 으로  마무리하고  단을 내려온다.

서론이  길었는데, 다른 얘기는  다  접어두고,  필자는  이  연설제목  '정직하자' 가  마음에   꼭 든다.    왜냐 하면  매일  "정직했으면" 하는  생각을  몇 번 씩 하기 때문이다.
환자분이  의사와  처음  마주앉으면   왜 오셨느냐, 어디가  불편하시냐를  자연스럽게 묻고  대답하는 중에  문제의 성격과  방향 ,  검사와 진단의  윤곽을  대강  파악하게 된다.
이것을   '문진'이라  부른다.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라 , 문제가  복잡하면  반 시간 이상  걸리는 수도 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로  '정직'하지 못하면   정력과  시간만  허비하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일단  가장  불편한 증상이 무엇인지  알려지는  순간  , 의사의  머리속에는  그 증상과 관련된  가능한  모든  문제가    컴퓨터  스크린 처럼  그려지며   다음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동안  더해지고  빼지고 조정이 되며  , 또  자세히 보아야 될  사항이  함께 떠오르고   ,  이는  시진  촉진  과정을  거쳐가며  더욱  걸러져서 ,  진찰이  끝 났을 때    의사는  그 단계에서  판단되는  문제는  무엇이며  ,  앞으로  무슨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가를   얘기할 수 있게된다.
그런데, "  그냥  검사하러 들렸습니다." "나이가 들어  한번  건강 체크 해 보려구요."하시는  분 들이  의외로  많고 , 그러다 보면  찻  출발 부터  잘못되기 일쑤다.
단언하건데,  필자의  경험을  보아  '그냥' 의사를  만나러  오신 분은  한 분도  안 계시며,  ' 문제'가 있어  걱정하고  고민 끝에  이리저리  피해보다가  마지막에  찾아 오신것이다.
다행히  의사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이것 저것 '문제'와  관련 없는듯한    질문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이 단계에서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져 다음부터  순조로운 과정을  거치게된다.
그런데, 이 과정도  끈질기고  용케(?) 피하여  지나쳐서   진찰과  마지막  설명이 다 끝난 순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도   드물지만 있다.
이 순간 , 맥 빠지고  화가 치밀지만   밖으로  나타낼 수는  없는 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끝 까지 바로  얘기하지 못하는데는  수줍어서,  부끄러워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마음이  약해서 등등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고  남는다.
그러나  일단  의사를  만나기로  마음을  정 했을  때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뚜렷한  목적이 있고,  이  목표가  담당의사와  같을 진대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환자와  의사의 사이는  신뢰와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다.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서 ,  더욱  마음을  열고,  서로 의논하는   환자와  의사가  되도록  노력해 보시자는  당부를  드려본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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