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14, 2011

봄 철의 불청객 - 알러지성 비염

요새는 재채기하기에 바쁘다.
미국에 온지 5년 쯤 지나서, 화창한 봄이었는데 날마다 코가 막히고, 눈 코가 가렵고 붉게 충혈하더니 점점 심해져서 밤 잠을 못 잘 정도가 되었다.
알러지성 비염이 드디어 나에게도 오는구나 생각하고 앞으로 해마다 두어달 동안 연중 행사로 치러야 함을 깨달으며 새로운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에서 일컬어 '시민권 병'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아마 미국에 와 시민권 받는 시기와 발병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 가는 때문인 것 같다.
알러지란 쉽게 말해서 '과민 반응' 이다.  즉, 개개인 사람의 몸이 접하는 어떤 특정 물질에 대하여 그냥그데로 지나도 될 법한데 싫어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선택적으로 '적대적'(hostile)인 반응을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우리의 몸이 "바깥으로 부터의 다른 물질과" 접할 때 이 다른 물질을 '항원'이라 부르며, 이 항원에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반응하여 그에 대항하는 물질을 만들어 낼 때, 이 것을 '항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예방 주사를 맞는 원리도 이것이다.  다시 말해서 적을 접해 본 적이 있고, 대응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시체말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유사시에 훨씬 싸우기가 쉬워진다는 얘기가 되겠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항체가 특정한 물질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함으로써 점막이 충혈하고, 붓고, 가렵고, 재채기, 기침도 하고, 심한 경우 갑자기 기도가 좁아져 숨을 못 쉬게 되거나 혈압이 내려 가서 생명이 위협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왜 특정한 물질에만 지나치게 민감하며, 그 또한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까지 어느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즉, 확실히 모른다,
따라서 치료는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증상을 호전 시키는 대중 요법들이다. 오늘은 알러지성 비염 치료만을 얘기하자. 
우선, 항원과 상종을 안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시도 숨을 안 쉬면 못 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공기 중의 항원, 즉 꽃 가루, 풀 가루, 먼지등을 완전 차단함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최소화' 하는 것이다.'  문을 꼭 닫고, 실내에서 지내거나 먼지를 덜 내거나, 밖에서 들어 올 때는 씻고 옷을 갈아 입는 등이다. 
다음으로 우리 몸의 항원에 대한 반응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양손을 마주쳐야 손뼉 소리가 난다.  이방법은 이 때 한 손을 묶어 놓음으로써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선, 점막이 반응하여 부을 때 '마스트 세포' (Mast Cell) 에서 히스타민이 대량 나오는 것을 막거나 줄이는 '항 히스타민제' 가 있다.  알레그라, 클라리틴등이 여기 속한다.  졸립고 힘 없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요즈음 많이 개선 되었다.  그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품에 '크로모린' 계통의 약도 있다.
그리고 극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부작용이 큰 부신피질 제재는 의사가 마지막으로 쓰는 '비장의 무기'다. 이는 증상을 없애는 대신, 우리 몸의 저항력도 없앤다.
그러나 워낙 효과가 좋아 일부에서 겁 없이 남용되는 바람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다음은 '탈 감작 요법'이 있다.  이 것은 과민 반응하는 항원 아주 작은 양을 계속해서 투여해서, 차츰 익숙해지도록 하여 과민 반응을 없애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그 많은 항원을 투여 하는데 수적 한계가 있고, 많은 시간이 걸리며, 3년이 지나도 1/3 정도에만 효과가 있어서 별로 인기가 없다. 
가장 효과 있고 부작용이 적은 약은 코에 뿜는 부신 피질 국소 제재다.  이는 거의 혈 중에 흡수되지 않고, 점막에서만 작용하며 반응을 차단한다.  다행히  위의 방법들을 알맞게 섞어 사용하면 큰 고통 없이 지낼 수 있다.
말기 암 환자, 말기 에이즈 환자는 알러지가 없다.  왜? 반응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러지가 있음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
허나, 이렇게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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