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6, 2011

컬럼집 ; 벽을 향한 소리 서문 (서 량)

이 책은 2004년 신문에 십년 동안 쓴 컬럼을 모아 뉴욕 유니온 출판사에서 발행 되었습니다.


서문     인체를 다루는 예술
서 량

최진훈은 훌륭한 의사다. 그는 맨해튼과 브롱스에서 30년 가까이 내과의사로 개업을 하면서 주일마다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다. 나와는 서로가 열 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잠시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적이 있고 나중에는 서울의대 동문이다. 20여년 전 동문들로 구성된 5인조 “의사악단”이 뉴욕일대를 주름잡던 시절에 그는 피아노로 나는 색소폰으로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같은 한국 대중가요를 연주하면서 이국생활의 애환을 함께 달랜 사이다.
또 한편 그는 의사생활을 하면서 뉴욕 명문 줄리아드 음대를 수학하고 20년 남짓하게 일년에 몇 번씩 카네기 홀 같은 데서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나는 최진훈의 그런 정열과 예술성을 좋아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거개가 건강에 대한 수필이면서 종종 아련한 추억에 젖어있다. 그는 <소문만복래>에서 옛날을 회고한다. 의대 3학년 때 밤새도록 시험공부를 한 다음 멍한 머리로 아침에 택시를 타고 학교를 갈 때 라디오에서 당대의 코메디안 구봉서와 송해가 주고 받던 우스개 소리를 듣고 갑자기 의식이 맑아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는 수술 후 텔레비전 코메디 프로그램을 시청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 보다 20 퍼센트나 몸의 회복이 빠르다는 연구 보고서를 그때의 기억과 연결시킨다.
노벨문학수상 시인 티 에스 엘리어트(T. S. Elliot)는 “우리는 정보에 급급해서 지식을 얻지 못하고, 지식에 급급해서 지혜를 얻지 못한다.”라는 금언을 남겼다. 독자는 이 책에서 의학정보와 지식 외에도 많은 지혜를 터득할 것이다. 글의 저변에 깔려있는 그의 선비적인 품격과 훈훈한 인간성 또한 우리가 매일 대처하는 이 우주의 기적, 인간이라는 생명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준다. <삶은 달걀의 변()>이나 <정직하자> 같은 글은 사람의 몸 보다는 차라리 정신이나 믿음과 신뢰에 초점을 두고 있는 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최진훈과 초등학교 2년 동안을 특별활동 미술반을 같이 했다. 그는 당시 그림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때 하루는 아, 그림으로서는 내가 도저히 이 놈을 못 쫓아 가겠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 그가 그린 그림 제목이 <꽈리부는 봉진이>였는데 샛노란  반팔 원피스를 입은 열살 미만의 소녀가 활짝 웃는 입안에 조그만 꽈리가 보이는 그림이었다. 시시한 풍경화나 그리던 나로서는 그가 벌써 그 어린 나이에 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감각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의술은 인체를 상대하는 예술이라는 생각에 젖으면서 최진훈의 인간을 향한 열정에 금단 없는 정진이 있기를 바란다.

<시인,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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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5 comments:

  1. 벌써 7년 전 얘기입니다.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세월은 과속 티켓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먼 옛날도 아닌 근래에 속하는 과거를 손을 벌려 붙잡고 싶은 심정이지요.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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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 헝,
    영석 형이 주최한 파티에서 만나, 서문 원고를 받고, 읽어보고,국민학교 시절
    미술반 백 선생님 얘기로 ,또 그시절 2학년 일제고사에서 서형이
    유일하게 100점 맞아 교장 선생님이 교단에 불러 세우고 칭찬하던 얘기를 하고 웃던 일, 그리고 학년 말에 나는 3학년이 되는데, 서형은 월반하여 4학년이 되던 생각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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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o-so,
    Bo-so,
    Musician,M.D,
    And My Friend,

    Welcome to the New World. J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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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방 형,
    방문해 주셔서 감사X100 입니다.
    옛 동방사 시절, 속초 가야다방, 문학청년 본부 중대장 최중위,정훈관 윤중위와 더불어 벌이던 '담론'을 생각합니다.
    만나는 것, 전화는 또 따로고, 여기 자주 오셔서 뵙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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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연락드립니다.
    동료이신 이종성 박사님에 관하여 감히 여쭙고자 하는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실례지만, 편하신 시간에 밑에 남겨진 번호로 연락부탁드립니다.
    010)6281-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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