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7, 2011

"링게루' 에 대한 소고

1970년  동해안에서 군의관으로 일할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약제병  이병장을  데리고  해안  초소에 가서  환자를  보고 오다가  시간이 되어  이름 모를 포구  횟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아주  대접이  융숭하고 (?), 나올 때  돈을  받기는 커녕  대단히  감사하다며  깊숙히  고개숙여  인사까지 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 얼마전  이 병장이 5% 포도당 액  500cc 짜리  한 병을  민간인을  위해  쓰겠다고 하여  'OK' 하고  잊어버렸는데  이 병장은  큰 인심쓰듯  그것을  횟집 주인에게  주었고 ,  그 주인은  큰  보약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한 것이었다.
내 참,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30년이  훨씬  더 지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도  그 비슷한  전화를  받고  아연할 때가있다.   "링게루 한 대 놔 주세요"  , "알부민을  맞고 싶은데요."등등.

정맥을  통한  수액 공급은  효과가 빠른 반면에  감염이나  심장,  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있는 위험이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게 되어있다.     즉,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계속  토하거나,  수술 전,  혹은  소화관이  막혔다거나 , 수술 후  장 운동이  돌아오지 않았다거나,  의식이  없다거나,  삼키지 못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되겠다.        또   보다  강력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약물을  정맥에  직접  투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다.
우리가  보통  일본식  발음으로  '링게루' 라고 부르는 것은  링거씨가  처방한 ' 링거스  락테이트' 라는 것이고   포도당은  음식이   소화 흡수되어   에너지화 하기 전  물질로서    설탕물  비슷한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30년전  대 유행한  알부민은  혈 중에 녹아있는  단백질이다.
다시말해서,  수액은  입을  통해  먹지 못할 경우에는  '보약' 이 되겠지만  잘 먹을수 있는  사람에게는  사탕 , 불고기 , 스테이크 , 볶음밥 등과  하등 다름없다는  얘기가  되겠다 .

알부민 얘기를  잠깐  더 해보자.
단백질은   소화, 흡수되어   혈중에 '알부민'과 ' 그로불린'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로불린'은  우리의  면역 체계에 쓰이게 되고 ,  보통 말하는 영양소로서의  단백질은  '알부민'이다.         즉,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경우와   수액을  통해  공급받은  경우의 차이는  음식물이  소화  흡수 과정을  더 거친다는 것  밖에 없다.      또  드물지만  알부민을  주사 했을 때, 갑자기  혈관  내용물의 부피가  늘어나  혈압도 오르고  심장 부전도  생길 수 있다.

위의 사실을  알고나면,  손쉽게 구해  맛있게  먹는  방법을  마다하고,   값 비싸고 . 복잡하고, 맛도  즐길 수 없을 뿐 더러 , 위험하기 까지 한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다.

필자가  수련 받던 병원에 '매직 탓치'(마술의 손) 라는 별명을  가지신  한국계  신장 내과  O교수가 계셨다.    이 분은  수분및  전해질  대사가  전문으로  특히   중환자 실에서  인기가 있었다.
해결  안되는  골치 아픈  문제에  자문을  구하면 , 튼튼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예측과  계산으로  수액의 농도,  종류 ,  공급량을  조정함으로  , 몇 일  사이에 환자의  상태를 극적으로  호전시켜  놓는 것이었다.          수액의  성분 들이   흔한 전해질이나  포도당인데도   쓰기에 따라  신비한 효과를 내는것을  보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같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수액은  이렇게 쓰이는 것이다.

모든  약품은    바로 쓰이면  약이고,  잘 못 쓰이면  독이며, 헛 되게 쓰이면  낭비다.
바로 쓰기 위해서는   바로  알아야 한다.   바로 알기 위해서는  물어야 한다.

항상  묻는데  주저하지 마시기  바란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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