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동해안에서 군의관으로 일할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약제병 이병장을 데리고 해안 초소에 가서 환자를 보고 오다가 시간이 되어 이름 모를 포구 횟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아주 대접이 융숭하고 (?), 나올 때 돈을 받기는 커녕 대단히 감사하다며 깊숙히 고개숙여 인사까지 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 얼마전 이 병장이 5% 포도당 액 500cc 짜리 한 병을 민간인을 위해 쓰겠다고 하여 'OK' 하고 잊어버렸는데 이 병장은 큰 인심쓰듯 그것을 횟집 주인에게 주었고 , 그 주인은 큰 보약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한 것이었다.
내 참,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30년이 훨씬 더 지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도 그 비슷한 전화를 받고 아연할 때가있다. "링게루 한 대 놔 주세요" , "알부민을 맞고 싶은데요."등등.
정맥을 통한 수액 공급은 효과가 빠른 반면에 감염이나 심장, 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있는 위험이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게 되어있다. 즉,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계속 토하거나, 수술 전, 혹은 소화관이 막혔다거나 , 수술 후 장 운동이 돌아오지 않았다거나, 의식이 없다거나, 삼키지 못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되겠다. 또 보다 강력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약물을 정맥에 직접 투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다.
우리가 보통 일본식 발음으로 '링게루' 라고 부르는 것은 링거씨가 처방한 ' 링거스 락테이트' 라는 것이고 포도당은 음식이 소화 흡수되어 에너지화 하기 전 물질로서 설탕물 비슷한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30년전 대 유행한 알부민은 혈 중에 녹아있는 단백질이다.
다시말해서, 수액은 입을 통해 먹지 못할 경우에는 '보약' 이 되겠지만 잘 먹을수 있는 사람에게는 사탕 , 불고기 , 스테이크 , 볶음밥 등과 하등 다름없다는 얘기가 되겠다 .
알부민 얘기를 잠깐 더 해보자.
단백질은 소화, 흡수되어 혈중에 '알부민'과 ' 그로불린'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로불린'은 우리의 면역 체계에 쓰이게 되고 , 보통 말하는 영양소로서의 단백질은 '알부민'이다. 즉,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경우와 수액을 통해 공급받은 경우의 차이는 음식물이 소화 흡수 과정을 더 거친다는 것 밖에 없다. 또 드물지만 알부민을 주사 했을 때, 갑자기 혈관 내용물의 부피가 늘어나 혈압도 오르고 심장 부전도 생길 수 있다.
위의 사실을 알고나면, 손쉽게 구해 맛있게 먹는 방법을 마다하고, 값 비싸고 . 복잡하고, 맛도 즐길 수 없을 뿐 더러 , 위험하기 까지 한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다.
필자가 수련 받던 병원에 '매직 탓치'(마술의 손) 라는 별명을 가지신 한국계 신장 내과 O교수가 계셨다. 이 분은 수분및 전해질 대사가 전문으로 특히 중환자 실에서 인기가 있었다.
해결 안되는 골치 아픈 문제에 자문을 구하면 , 튼튼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예측과 계산으로 수액의 농도, 종류 , 공급량을 조정함으로 , 몇 일 사이에 환자의 상태를 극적으로 호전시켜 놓는 것이었다. 수액의 성분 들이 흔한 전해질이나 포도당인데도 쓰기에 따라 신비한 효과를 내는것을 보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같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수액은 이렇게 쓰이는 것이다.
모든 약품은 바로 쓰이면 약이고, 잘 못 쓰이면 독이며, 헛 되게 쓰이면 낭비다.
바로 쓰기 위해서는 바로 알아야 한다. 바로 알기 위해서는 물어야 한다.
항상 묻는데 주저하지 마시기 바란다.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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