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0, 2011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그날의  예정을 점검하고   세부 시간 계흭을 짜는것은  지난 30년 동안 변함 없는  일과 중의 하나다.  출진을  앞 둔  마지막 점검 같은 것이다.

커피는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아비시니아'  고원 지대에서   가축 들이  한 나무의 잎사귀를  먹은 후  잠을 안 자고   밤 새 우는 바람에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에  의하여  발견되었다고 전하며 ,
그 나무 이름은   커피나무 ,즉  Coffee arabica 라는  학명으로  불리운다.
처음에는  술도 담그고  약품으로도 쓰이다가 음료로 쓰였다는  기록은  1200년 경에 보이며 ,  이 때 아라비아에   전해지고   1500년 경에는  터키에  나타난다.  그리고  1600년 경  이태리를 거쳐  유럽에 퍼진것으로  되어있다.    커피의 어원은  아라비아어인   '카와(qahwah)'로   알려져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 병동 마다  사무실 마다  향기로운  커피가  언제나 끓고있어  시시 때때로 골라서 마실 수 있었고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에스프레소'와   '헤이즐 넛' 향기가  좋았는데,  이들은  커피 콩  볶는  과정 중에 특별한  향료를  더 첨가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커피의 주성분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하여  사람을  '깨어있게'하며,  위산의  분비도  늘리고 , 소변의  양도  많아진다.  심장의 박동도  빠르게하며,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약리 작용도  있다.  구체적인 예로  식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소화를 돕고 ,식곤증으로부터  깨어있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음식과  같이 마시면  카페인의  흡수가  느려져서  심장이나 혈압에  주는  영향도  거의없다.
그러나  드물게   공복에 커피를  진하게  자주 마시면    위염 ,나아가서는 위 궤양의 원인도 될 수있다.      갑자기 많은 양의 카페인이 흡수되어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멍 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손이  떨리기도 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 부정맥이  생기기도 한다.

한 고혈압을  가지신  환자 분께서 " 하루에  커피를  몇 잔 까지 마실 수 있습니까?"  물으셨다.
이 질문에는   커피잔의 크기, 커피의 농도 , 인스탄트냐 아니냐 , 공복이냐  식 후이냐에 따라 흡수되는 카페인의 양이  당연히  다르므로 , 그저  "식 후에  한 모금 맛 보시는 정도면  무난하리라  생각합니다." 라고    모호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심증 환자나  심근 경색을 앓은 분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에,  또  아스피린 계통이나  소염제 계통의  약을 드시는 분들은   궤양이나  내출혈  위험 때문에   피하시는것이  현명하다.      잠  못 주무시는 분은  물론 마셔서는 안된다.

커피 향기와 관련지어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 하나있다.    1960년대 후반, 70년대 초의   서울  동숭동  "학림" 다방이다.    저녁  늦게  피곤한 몸으로   무거운 책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서면  걸어  2분 쯤  되는 곳에  '학림'이 있다.     삐걱 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서   2층  판자문을  열고 들어서면,  짙은  커피 향기 , 담배 연기와 함께    경쾌한 모짜르트,  웅장하고  심각한  베토벤이   온 몸을 감싸고  밀려들었다.    그곳은  앞 집  문리대,  옆 집  미대,  의대,   그리고  을지로  6가  음대의    팔팔한  '띄는' 친구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호주머니가 비어  그냥 앉아 있어도   차 마시라던  채근도 없던  마음 편한 곳이었다.   날마다  반 시간 쯤  이 곳에 들러   앉아있다  집에 가야만    그날  일과를  다 끝낸  만족함이 있었다.

얼마전  한국에 갔을 때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학림'을  찾아간 적이있다.   그런데 ,  삐걱이던 나무 계단만  비슷할 뿐 ,  너무 변해서  옛날의  모습이나 정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코소보난민이   폭격에 맞아  폐허가 된 집 터에 돌아와  느끼는   허망함과  섭섭함 ,  그리고  울분이   이런 것일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함은   지나친  비약일까?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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