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그날의 예정을 점검하고 세부 시간 계흭을 짜는것은 지난 30년 동안 변함 없는 일과 중의 하나다. 출진을 앞 둔 마지막 점검 같은 것이다.
커피는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아비시니아' 고원 지대에서 가축 들이 한 나무의 잎사귀를 먹은 후 잠을 안 자고 밤 새 우는 바람에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에 의하여 발견되었다고 전하며 ,
그 나무 이름은 커피나무 ,즉 Coffee arabica 라는 학명으로 불리운다.
처음에는 술도 담그고 약품으로도 쓰이다가 음료로 쓰였다는 기록은 1200년 경에 보이며 , 이 때 아라비아에 전해지고 1500년 경에는 터키에 나타난다. 그리고 1600년 경 이태리를 거쳐 유럽에 퍼진것으로 되어있다. 커피의 어원은 아라비아어인 '카와(qahwah)'로 알려져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 병동 마다 사무실 마다 향기로운 커피가 언제나 끓고있어 시시 때때로 골라서 마실 수 있었고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에스프레소'와 '헤이즐 넛' 향기가 좋았는데, 이들은 커피 콩 볶는 과정 중에 특별한 향료를 더 첨가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커피의 주성분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하여 사람을 '깨어있게'하며, 위산의 분비도 늘리고 , 소변의 양도 많아진다. 심장의 박동도 빠르게하며,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약리 작용도 있다. 구체적인 예로 식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소화를 돕고 ,식곤증으로부터 깨어있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음식과 같이 마시면 카페인의 흡수가 느려져서 심장이나 혈압에 주는 영향도 거의없다.
그러나 드물게 공복에 커피를 진하게 자주 마시면 위염 ,나아가서는 위 궤양의 원인도 될 수있다. 갑자기 많은 양의 카페인이 흡수되어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멍 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손이 떨리기도 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 부정맥이 생기기도 한다.
한 고혈압을 가지신 환자 분께서 " 하루에 커피를 몇 잔 까지 마실 수 있습니까?" 물으셨다.
이 질문에는 커피잔의 크기, 커피의 농도 , 인스탄트냐 아니냐 , 공복이냐 식 후이냐에 따라 흡수되는 카페인의 양이 당연히 다르므로 , 그저 "식 후에 한 모금 맛 보시는 정도면 무난하리라 생각합니다." 라고 모호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심증 환자나 심근 경색을 앓은 분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에, 또 아스피린 계통이나 소염제 계통의 약을 드시는 분들은 궤양이나 내출혈 위험 때문에 피하시는것이 현명하다. 잠 못 주무시는 분은 물론 마셔서는 안된다.
커피 향기와 관련지어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 하나있다. 1960년대 후반, 70년대 초의 서울 동숭동 "학림" 다방이다. 저녁 늦게 피곤한 몸으로 무거운 책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서면 걸어 2분 쯤 되는 곳에 '학림'이 있다. 삐걱 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서 2층 판자문을 열고 들어서면, 짙은 커피 향기 , 담배 연기와 함께 경쾌한 모짜르트, 웅장하고 심각한 베토벤이 온 몸을 감싸고 밀려들었다. 그곳은 앞 집 문리대, 옆 집 미대, 의대, 그리고 을지로 6가 음대의 팔팔한 '띄는' 친구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호주머니가 비어 그냥 앉아 있어도 차 마시라던 채근도 없던 마음 편한 곳이었다. 날마다 반 시간 쯤 이 곳에 들러 앉아있다 집에 가야만 그날 일과를 다 끝낸 만족함이 있었다.
얼마전 한국에 갔을 때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학림'을 찾아간 적이있다. 그런데 , 삐걱이던 나무 계단만 비슷할 뿐 , 너무 변해서 옛날의 모습이나 정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코소보난민이 폭격에 맞아 폐허가 된 집 터에 돌아와 느끼는 허망함과 섭섭함 , 그리고 울분이 이런 것일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함은 지나친 비약일까?
칼럼집 "벽을 향한 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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